이은정
| 2022-04-08 10:36:34
정세운 "생각 깨어 있으면 청춘"…글과 노래 엮어 첫 에세이
짧은 글 100편에 노래 100곡 '아끼고 아낀 말'…"내 감정 들여다봐"
"20대에 웃는 법 배우는 중…오늘이 과거 설명하고 미래 만들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10대 시절, 가수 정세운(25)에게 20대는 '어른'이었다. 그때쯤이면 꿈을 완벽하게 찾아 달려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성공에 대한 욕심이 아닌, 음악적 성장에 대한 부푼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두 개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20살에 정식 데뷔하고,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원래 품었던 목표에 닿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 출간한 에세이 '아끼고 아낀 말' 프롤로그에서 "벌써 20대 중반, 이유 모를 압박감이 몰려오기 딱 좋은 나이"라고 쓴 이유도 이 때문이다.
8일 전화로 만난 그는 "20대엔 기타를 더 수려하게 연주하고, 음악적 표현을 자유자재로 할 것 같았다"며 "대신 뮤지컬 등을 하며 다른 능력치를 얻었는데도, 제가 안주하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고 웃었다.
평소 속내를 잘 보이지 않는 그는 지난해 1월부터 1년가량 현재의 생각을 글로 써보기 시작했다. 출판사가 20대 작가를 찾던 중 풋풋함과 진지한 면이 있는 그에게 책 출간을 제안했다. '아끼고 아낀 말'은 정세운의 노래 '필링'(Feeling) 가사에서 따왔다. 표지에는 '정세운 청춘 에세이'란 설명이 붙었다.
그는 "10대엔 뭘 하며 지냈는지 기억이 별로 없다"며 "데뷔를 하고선 바빴고 이제 여유를 찾으니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 기록하고 싶었다. 오늘이 결국 과거를 설명하고 미래도 만들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세운의 에세이는 본격적인 산문이 아닌, 그날그날의 단상을 짤막한 문장으로 기록한 형식이다.
100편의 글에 가요와 팝, 연주곡 등 100곡을 추천하고 휴대전화와 필름 카메라로 직접 찍은 100장의 사진도 넣었다. "평소 제가 듣던 플레이리스트에서 글의 감정을 느낄 곡을 골랐어요. 이 노래를 들으며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짧은 글귀지만, 특유의 위트가 묻어나는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부는 걸까/ 내가 흔들리는 걸까'.('트웬티 섬싱' 중) 이 글에는 카를라 블레이의 재즈곡 '론스'(Lawns)를 추천했다.
'하고 싶은 걸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그만두고 싶은 걸 바로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참 엄청난 능력이다'('부러워' 중·신승훈의 '늦어도 11월에는').
스스로 '꼭 직접 느끼고 겪어봐야 뼈저리게 깨닫는 스타일'('피곤한 스타일' 중)이라고 고백하며 경험에 바탕을 둔 진지한 소신도 드러낸다.
'우위를 차지하려 기 싸움 하고 싶지 않다/ (중략)/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내뱉는 무례한 사람이고 싶지 않다'.('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중) 덧댄 곡은 더 프레임스의 '유어 페이스'(Your Face)다.
정세운은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순 없겠지만, 사회 생활을 하며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좀 더 나이 들면 '이런 사람인가' 체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던 대로, 살던 대로'란 글에선 '큰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그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는 오늘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를 이뤘을 때의 공허함과 외로움이 덜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가수가 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아이돌 오디션도 경험했지만, 기타를 연주하고 곡을 쓰는 솔로로 데뷔하면서 '싱어송라이돌'(싱어송라이터+아이돌)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그는 "무기력하고 침착했던 10대 때는 가수란 꿈보다 기타를 치는 게 유일한 재미였다"며 "경쟁하는 서바이벌 오디션은 '하기 싫은 이유만으로 안 나가는 건 이유가 안 될 것 같아'서 부딪쳤다. 동기 부여도 되고 배움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저의 10대는 웃고 있기보다 무표정했고, 20대는 웃는 방법을 배우고 있고, 30대 표정은 모르겠다"며 "미래를 생각하면 설렘이 있다"고 했다.
MZ세대인 그가 헤아리는 청춘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이 깨어있으면 청춘인 것 같아요. 나이가 무시할 수 없는 기준이겠지만 설렘이 있다면 나름의 청춘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봤다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 하루의 생각을 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즈덤하우스. 220쪽. 1만6천 원.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