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10-22 10:29:25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개인 소장품을 둘러싼 논란 속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떠나는 유홍준 관장이 마지막 '공식 일정'에서도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유 관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개인의 실수로 박물관의 명예를 실수시키고 퇴임하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유 관장은 박물관 직원들을 "사랑하는 우리 박물관 식구들"이라고 부르며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작년 7월 21일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날, 관장으로 부임해 처음 출근했을 때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예년보다 50% 많은 관람객이 모이며 연간 관람객 650만명을 달성했고 '세계 3위'를 기록한 부분은 지금도 가슴 벅찬 순간"이라고 말했다.
유 관장은 "올해도 600만명을 돌파해 연말에는 700만명 이상 기록할 것"이라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로 인한 일시적 열풍이 아닌 분명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여러 박물관에서 우리 박물관의 확장 혹은 발전 비결이 뭐냐고 부러워한다"며 "우리 박물관 식구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온 결실"이라고 공을 돌렸다.
유 관장은 지난 1년 3개월의 재임 기간을 돌아보며 "박물관 전성기에 관장을 지낸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역사·문화의 심장으로서, K-컬처의 뿌리를 보여주는 복합문화공간으로써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유 관장은 "아쉽고 미안하기만 하다"면서 "박물관을 떠나더라도 (박물관이 추진해온 ) 여러 사업은 힘껏 도와드리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 관장은 상설전시관 '역사의 길' 공간에 실물 크기에 준하는 '대동여지도'를 선보인 점, 서화실에서 주제 전시로 여러 서화가를 소개한 점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소속 지역 박물관에 자주 내려가지 못했다"며 "나 자신의 실수로 인한 죄책감, 그리고 (박물관에 대한) 자랑, 사랑을 안고 떠난다"고 말했다.
유 관장은 러시아의 문호 레프 톨스토이(Lev Nicolayevich Tolstoy·1828∼1910)가 '부활' 작품에서 언급한 문장을 다시 거론했다.
그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톨스토이는 '부활'에서 사랑과 자랑은 세월이 지나면 추억이 되지만, 실수와 죄책감은 현재형으로 남는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유 관장은 "톨스토이가 말한 두 가지를 모두 갖고 박물관을 떠난다"며 "한 사람의 관람객으로, 또 박물관 지지자로서 자주 찾아오겠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유 관장의 마지막 일정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박물관 측은 앞으로 더 좋은 자리에서 만나 뵙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행사 명칭을 관장 '퇴임식'이 아닌 '이임식'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박물관 관계자가 서정주(1915∼2000)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를 낭송하는 것을 끝으로 약 10분 만에 끝났다.
이번 논란은 올해 7월 개막한 '우리들의 밥상' 전시에서 시작됐다.
박물관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을 전시하면서 독립운동가의 글씨로 소개했으나, 외부 제보를 통해 친일 인사의 것으로 드러났다.
박물관과 유 관장이 총 4차례에 걸쳐 사과할 당시에는 부실한 검증 문제만 지적됐으나, 뒤늦게 관장 개인 소장품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잇따랐다.
국립박물관 80여 년 역사상 관장 개인을 둘러싼 문제로 사퇴하는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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