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 2026-07-02 08:55:13
용호성 문체부 前차관, AI작곡 도전…스위스 재즈경연 준결승 진출
음악 AI 수노로 만든 곡 '프로즌 엣지', 몽트뢰 'AI 러브 재즈' 출품
셰익스피어 소네트 소재로 가사 쓰고 곡 작업…"창작자·소비자 경계 허물어지는 시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용호성(59)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이 퇴임 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작곡에 도전해 스위스 AI 재즈 경연대회에서 준결승(세미파이널)에 진출했다.
2일 가요계에 따르면 용 전 차관이 음악 생성 AI를 활용해 만든 곡 '프로즌 엣지'(Frozen Edge)는 이달 9∼10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AI 재즈 경연대회 'AI 러브 재즈'(AI Love Jazz)에서 준결승 진출작 15곡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AI 러브 재즈'는 재즈 페스티벌로 유명한 스위스 몽트뢰에서 처음으로 열린 글로벌 AI 재즈 콘테스트다. 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열렸지만 별개 행사다.
용 전 차관은 지난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3년 문화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 입직한 뒤 지난해 퇴임하기까지 30년 이상 공직 생활을 했다. 그는 그 가운데에서도 드럼을 연주하고, 음악 평론가로 등단하고, 1만장이 넘는 음반을 수집하는 등 '음악 마니아'로도 잘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서 퇴임한 이후에는 SM엔터테인먼트 교육 기관 SM 유니버스에서 AI 작곡 과정을 이수하고 곡 작업에 매진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용 전 차관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닥터 드래곤'(Dr.Dragon)이란 예명으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14행의 정형시) 154편 전편을 노래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현재 50여 곡을 완성한 상태로 '프로즌 엣지'는 그 가운데 한 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소재로 가사를 직접 쓴 뒤 음악 생성 AI 수노(Suno)에 음악 콘셉트와 가사를 명령어(프롬프트)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곡을 작업했다. 그 결과물은 재즈뿐만 아니라 힙합, K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용 전 차관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현대 영어로 바꾸고 한국어로 번역한 뒤, 곡에 사용할 콘셉트를 뽑아내고서 가사를 써 내려갔다"며 "경연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세 곡을 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준결승까지 오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즌 엣지'는 이별이 남긴 공허함을 차가운 겨울에 빗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97번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다.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운 재즈 선율이 귀를 사로잡으면서도 곡명처럼 서늘한 분위기가 감돌아 여름에 잘 어울린다. 작곡뿐만 아니라 가창도 AI가 했다.
용 전 차관은 "이 곡은 '네가 없어 겨울은 차갑지만 리듬감이 있는 도시의 고독'을 콘셉트로 삼아 수노에 명령어를 입력해 만든 것"이라며 "이후 벌스(Verse·절)나 코러스(후렴)를 원하는 대로 수정했다. '이 부분은 약간 따뜻한 옛날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으면 좋겠다'고 입력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AI 러브 재즈' 준결승에는 '프로즌 엣지'를 비롯해 '아싸!'(Assa!·나림), '레인 인 쿠바'(Rain in Cuba·조은진), '애시 투나잇'(Ash Tonight·원.제이), '로터스 나이트 인 몽트뢰'(Lotus Night in Montreux·규인), '보디 & 서울'(Body & Seoul·안나윤) 등 총 6곡의 한국인 출품곡이 올랐다.
경연대회 주최 측은 오는 9일 현지 밴드가 준결승 진출곡 15곡을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공연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후 10일 최종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용 전 차관은 "원래 '프로즌 엣지'는 한국어로 출품했지만, 주최 측에서 일주일 만에 한국어 가사를 외워서 노래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해 부랴부랴 영어로 다시 가사를 썼다"며 "영어 운율에 맞추느라 며칠 동안 고생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AI로 만든 노래를 관객 앞에서 인간이 연주한다는 것은 대중음악 업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매우 큰 모멘텀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형식의 공연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연 문화, 나아가 새로운 창작·유통 문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용 전 차관은 '셰익스피어 소네트 프로젝트 : 다이버스(DiVerse)'라는 이름으로 154곡 전곡을 완성해 장르별로 연작 앨범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5∼10년 이내에 예술 생태계는 큰 변혁을 맞으리라고 본다"며 "이제는 (음악 등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 음악 평론가나 음반 제작자 등 창작까진 하지 못했던 사람도 직접 창작에 나설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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