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이카' 창작진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고민한 작품"

살아남은 우주 탐사견의 모험 다뤄…"인간의 비인간성 꼬집어"
'지구 멸망' 꿈꾸는 어린왕자도 등장…내달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임순현

| 2025-04-08 07:00:02

▲ 뮤지컬 '라이카' 공연 장면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뮤지컬 '라이카' 창작진. 왼쪽부터 이선영 작곡가, 한정석 작가, 박소영 연출.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뮤지컬 '라이카' 공연 장면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뮤지컬 '라이카' 창작진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고민한 작품"

살아남은 우주 탐사견의 모험 다뤄…"인간의 비인간성 꼬집어"

'지구 멸망' 꿈꾸는 어린왕자도 등장…내달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인간답다'는 의미를 고민하면서 작품을 관람하기를 바라요."

지난 달 14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상연 중인 창작 뮤지컬 '라이카'는 최초의 우주 탐사견 라이카가 행성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인간 대신 위험한 우주에 내보내진 탐사견의 시각을 통해 인간이 아닌 존재를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인류의 비인간성을 꼬집는 내용이다.

실제로 냉전 시대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우주로 나간 라이카는 발사 7시간 만에 고열로 달궈진 우주선 안에서 잔인하게 질식사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라이카는 죽지 않고 작은 행성에 불시착한 뒤 소설 '어린왕자' 속 캐릭터들을 만나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

공연이 한창인 7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취재진을 만난 '라이카'의 창작진들은 "라이카와 어린왕자라는 서로 다른 소재를 섞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가 어떻게 소통하고, 인간다움을 회복하는지를 풀어낸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작품을 처음 구상한 한정석 작가는 "'라이카가 비극으로 죽지 않고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상상이 작품의 시작이었다"면서 "기왕이면 라이카가 우주에서 좋은 친구를 만났으면 하는 생각에 외계의 존재인 어린왕자를 떠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한 작가가 창작한 이야기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통해 오히려 진정한 인간다움을 성찰하는 주제의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박소영 연출은 "작품을 하면서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그리고 오래 생각하게 됐다"며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인류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어린왕자는 우리가 알던 순수한 소년의 캐릭터가 아니다. 인간을 혐오하고 조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소위 '흑화'된 캐릭터로 그려진다.

한 작가는 "어린왕자가 지구를 계속 지켜봤을 때 인류의 행태를 과연 긍정적으로 볼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었다"면서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생텍쥐페리가 전쟁터에서 전사한 사실까지 알게 됐다면 느꼈을 아쉬움의 감정까지 섞이면서 어린왕자는 자연스럽게 흑화한 캐릭터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음악을 맡은 이선영 작곡가도 "세상 모든 것을 순수하고 아름답게만 보던 어린왕자가 좀 더 자라면 자연스럽게 흑화됐을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며 "어린 시절 바라본 세상과 지금 바라보는 세상의 색깔이 다른 것처럼 굉장히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인간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은 라이카와 세상의 진실을 직면하면서 삐뚤어진 어린왕자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샅샅이 들춰낸다.

박 연출은 "성선설이나 성악설과 상관없이 인간은 각자 다양하게 태어나 선하게도 살고 악하게도 살아간다"면서 "그 모든 인간이 공존하면서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뮤지컬계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리는 이른바 '한이박 트리오'의 라이카는 다음 달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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