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명소 '파란대문장미', 철거 위기 넘고 화성과 공존하나

문화유산보호구역 정비구역 지정…수원시, 관광명소로 보존 결단
국가유산청 '존치 가결' 이끌어…이달 중 최종 승인 기대

이영주

| 2026-07-06 10:00:38

▲ 좌측 그림 빨간 원 안에 '파란대문장미' 주택이 있다. [수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인스타그램 '파란대문장미' 게시물 수원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수원화성 '파란대문장미' 인증사진들. 인스타그램에서 '파란대문장미'를 검색하면 시민들의 인증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 수원 파란대문장미 소유주가 장미나무를 바라보는 모습 [촬영 이영주]

수원 명소 '파란대문장미', 철거 위기 넘고 화성과 공존하나

문화유산보호구역 정비구역 지정…수원시, 관광명소로 보존 결단

국가유산청 '존치 가결' 이끌어…이달 중 최종 승인 기대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최근 무단 훼손 사건에 이어 문화유산 보호구역 재정비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몰린 경기 수원시의 명물 '파란대문장미'가 유네스코 수원화성(華城)과 공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수원시는 '파란대문장미'의 관광명소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높이 평가해 철거가 아닌 문화재 안에 존치하는 방식을 모색했으며 국가유산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파란대문장미는 수원화성 성곽에 인접한 개인 소유 주택 대문 앞에 핀 장미인데, 푸른빛 철제 대문 위로 흐드러지게 만개한 분홍 장미가 장관을 이루면서 철만 되면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장사진(長蛇陣)을 이루는 수원의 관광 명소 중 한 곳이다.

6일 수원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2021년 1월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및 지동 일대 299필지 2만6천915㎡를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성곽 앞까지 밀집된 민가를 정리해 고증자료를 토대로 화성의 원지형(구릉)을 복원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해 말 남수동 문화유산보호구역 복원정비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한 수원시 화성사업소는 재정비 사업 대상 지역에 지역 명소로 자리 잡은 '파란대문장미'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 고민에 빠졌다.

기존 재정비 사업 진행방식대로라면 보상 절차 뒤 주택 등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자료를 토대로 성곽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면 되지만, 수년간 관광지 역할을 톡톡히 해온 '파란대문장미'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없애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선화 수원시 화성사업소 문화유산복원과장은 "재정비 사업에서 철거가 관례였다. 그런데 파란대문장미집은 워낙 인기가 많아 그동안 관광객을 유입해왔다. 이걸 없애는 게 맞을까 고민됐다"고 말했다.

이에 시 화성사업소는 230여 년 전 조선시대 때 축성된 수원화성을 복원하면서 현대의 시민들이 향유하는 관광명소를 훼손하기보다 '공존'할 방법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파란대문장미' 주택은 보호구역 가장자리에 있어 철거하지 않더라도 원지형 복원 작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주택이 만들어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1970년대 수원법원 사택으로 쓰이기 위해 축조된 사실도 확인됐다.

오 문화유산복원과장은 "관광 거점 역할을 하면서 1970년대 주택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파란대문집을 존치해도 좋겠다는 판단이 섰고, 이를 토대로 수립한 기본계획을 국가유산청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거는 쉽다. 남기기가 어렵다. 존치하자는 결정을 하기까지 더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화성은 단순한 성곽이 아니고 도시다. 처음 만들어졌을때부터 도시로 출발했고 사람이 사는 곳이며 다양한 역사적 층위를 쌓아온 곳"이라고 말했다.

시 화성사업소는 파란대문장미 존치 시 주택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주민공동체시설'로 활용해 수원화성 관광 거점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대안까지 마련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5월 '파란대문집 존치'가 담긴 기본계획에 대해 '조건부 가결' 의견을 보냈다. 전문가 논의를 거쳐 사업을 시행하라는 취지였다.

시 화성사업소는 조만간 국가유산위원회 소속 위원인 전문가 논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국가유산청의 최종 승인이 내려지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이 장미는 "꺾꽂이(삽목)를 하겠다"며 찾아온 60대 여성이 밤중에 가지 10여 개를 무단으로 잘라가 절도 혐의로 입건되는 등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파란대문장미 주택 소유자인 70대 부부는 수원시를 위해 장미가 오래도록 화성 성벽 앞에서 만개하길 바란다고 했다.

23년간 자식처럼 장미를 가꿔온 홍 모씨는 "얼마 전 장미 가지가 훼손됐을 때 제 팔이 잘려 나간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파 엄청나게 울었다"며 "장미가 철거된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이 장미가 관광객을 엄청 끌어온다. 철만 되면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두 시간 넘게 기다릴 정도로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장미다.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예쁜 곳으로 남아 수원시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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