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9-16 09:19:05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서울 탑골공원에 있는 국보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이르면 2028년 답답한 '유리 상자'를 벗어난다.
30년 가까이 탑을 둘러싸 온 유리 보호각이 사라진 자리에는 돔 형태의 임시 보호시설이 우선 들어설 전망이다.
1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가유산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국보 '서울 원각사지 십층석탑'의 보호각 개선을 위한 기본설계 심의 안건을 조건부 가결했다.
기본설계는 설계의 전체적인 방향과 뼈대를 잡는 단계에 해당한다.
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국가유산청과 서울 종로구 등은 2027년 세부 설계, 매장유산 조사 등 준비 작업을 거쳐 2028년 기존의 유리 보호각을 철거할 예정이다.
유리 보호각이 사라진 자리에는 임시 보호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위원회는 향후 계획과 임시 보호시설 디자인 안을 검토한 뒤, 높이 18.6m 돔 형태의 목 구조 시설을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1962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보로 지정된 원각사지 탑은 조선시대 석탑으로는 유일한 형태로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으며, 높이는 약 12m에 이른다.
탑의 윗부분에 남아있는 기록에 따르면 조선 세조(재위 1455∼1468) 대인 1467년에 만들어졌고 세부 조각과 장식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국보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과도 비슷하다.
연산군(재위 1494∼1506) 때 절이 사라진 뒤에도 500년 넘게 자리를 지켰으나, 시간이 지나며 산성비와 조류 배설물 등에 지속해 노출되는 문제가 불거졌다.
탑의 보존과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1999년 문화재위원회(현재 국가유산위원회) 승인을 받아 철골 구조의 유리 보호각을 설치했다.
그러나 꽉 막힌 유리 보호각이 답답한 느낌을 주는 데다 유리의 빛 반사로 인해 탑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
2006년 배병선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조물연구실장은 국가유산청에 기고한 글에서 "완전 밀폐형으로 석탑을 가두어놓으니 비둘기뿐 아니라 사람들의 접근조차 이루어지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조사에서도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거나 결로 현상이 관측됐고, 보호각을 구성한 유리판에 금이 가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계속되자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으로 옮긴 경천사지 탑처럼 원각사지 탑도 박물관으로 이전해 보관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국가유산청과 종로구 등은 문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원각사지 탑의 보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들은 두 차례 자문 회의를 통해 기존 유리 보호각을 철거하고, 임시 보호시설을 설치해 주변을 정비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나무 부재를 활용한 임시 보호시설은 지붕을 갖추고, 자연적인 환기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될 전망이다. 시설 설치에는 약 81억 원이 쓰일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보호시설의 최종적 형태나 구조, 탑의 해체 등은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올해 7월 열린 2차 자문회의 결과, 최종 보호각 설치와 석탑의 해체 여부 등은 향후 별도 단계에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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