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두
| 2021-09-30 10:24:09
의식·무의식의 보물창고 '뇌'에 담긴 마음 수수께끼
몸 안의 작은 우주 탐구한 다이앤 애커먼의 책 '마음의 연금술사'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뇌는 우리 몸 안의 작은 우주다. 이곳에는 자아와 기억의 신비가 감춰져 있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 정밀하게 저장된 보물창고라고 하겠다.
인간의 모든 정신 활동은 뇌 안에 있는 1천억 개의 뉴런이 시냅스라 불리는 수천억 개의 작은 접촉점들을 통해 100여 종의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우리가 뭔가를 발견하고 느끼며 배워가는 것도 뉴런이 이렇게 활동한 결과다.
인간의 뇌는 언제 어떻게 생겨났고, 이후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구조를 갖게 됐을까? 좌뇌와 우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하게 된 까닭은 또 뭘까?
자연과 인간, 우주에 대한 사유와 감성을 시적 언어로 표현해내는 수필가이자 시인인 다이앤 애커먼은 심리와 문학 등 특유의 관점에서 뇌와 마음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저서 '마음의 연금술사'는 회색 물질인 뇌가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만들어내고, 기억과 생각, 감정과 언어의 생성·습득을 주관하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한 결과물이다.
신화, 예술, 철학을 넘나드는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신비를 풀어내는 저자는 지구상에 생명체가 탄생하기 시작한 24억 년 전부터 오늘날까지의 과정을 살핀다. 더불어 인류의 심리와 행동, 문화 속에서 뇌의 역할과 그 속에 담긴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뇌의 기초가 형성된 때는 5억 년 전이었다. 인간이 처했던 환경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그 속에서 성공적으로 생존·번식하기 위한 과정에서 지금의 뇌가 생겨났다.
출산 과정에서 두개골이 터지는 데 한계가 있었던 인간은 뇌 속에 중요한 기능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 무수히 많은 주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이 들어갈 공간이 여전히 모자랐고, 이를 수용할 공간을 새로 마련하는 과정에서 초감각적 후각과 지각 등 일부 환상적 기능과 재주는 사라져버렸다.
그 같은 기능과 재주를 포기한 대가로 얻어낸 게 '언어적 기능'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기능이 생존에 가장 도움이 됐기 때문. 또한 두 개의 반구와 시각·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과 측두엽, 신체 감각과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두정엽·전두엽이 상호 연결돼 감정, 자아, 의식과 같은 인간 특유의 정신적 활동을 만들어낸다.
삶을 시적으로 바꿔놓고자 하는 의식적·무의식적 능력은 바로 뇌에서 발현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인류는 삶의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시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초자연적 영성의 믿음, 수학적 기호와 추상적 사유 등 또한 인간 특유의 뇌가 작동해 가능하다.
저자는 "인간은 일상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시적인 요소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욕망을 전달하며,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고 거듭 들려준다.
책은 '뇌를 여행하다', '이성이라는 달콤한 꿈', '기억, 인간 정체성의 근원', '자아, 마음이 만들어낸 마법', '감정, 이성의 또 다른 얼굴', '언어, 세상을 인식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다시, 뇌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등 7부로 구성됐다.
김승욱 옮김. 21세기북스. 440쪽.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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