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8m 약풍에 곁가지 '뚝'…노쇠한 정이품송 수난 지속

잦은 비에 무게 못 이겨 부러진 듯…"환부 방충처리 등 마쳐"
1993년 이후 태풍 등에 5차례 가지 부러져 원추형 자태 상실

심규석

| 2021-05-20 10:21:04

▲ 바람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정이품송 가지 [보은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부러진 가지 부분 [보은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속 5.8m 약풍에 곁가지 '뚝'…노쇠한 정이품송 수난 지속

잦은 비에 무게 못 이겨 부러진 듯…"환부 방충처리 등 마쳐"

1993년 이후 태풍 등에 5차례 가지 부러져 원추형 자태 상실

(보은=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천연기념물 제103호인 속리산 정이품송이 서쪽방향 가지 하나를 또 잃었다. 지름 5㎝, 길이 4m 가량 되는 곁가지다.

20일 충북도와 보은군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2시 30분께 속리산면 상판리 정이품송의 가지가 부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는데, 바람 탓일 가능성이 크다.

속리산에는 지난 2일 초속 7.7m의 강풍이 불렀고, 3일에도 초속 5.8m의 바람이 이어졌다.

초속 14m 이상, 또는 순간풍속 20m 이상일 때 내려지는 강풍주의보 수준은 아니지만 평소보다는 센 바람이다.

보은군 관계자는 "요새 비가 자주 내리고 바람까지 세게 불다 보니 가지가 무거워진 상황에서 부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군은 가지가 떨어져 나간 부분으로 병균이 침투하지 않도록 환부 처리를 마무리했다.

정이품송은 1464년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하던 세조가 "연(輦, 임금이 타는 가마) 걸린다"고 하자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렸고, 이를 가상히 여긴 세조가 정이품의 벼슬을 하사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원추형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속리산 명물인 정이품송은 1980년대 중부지방을 강타한 솔잎혹파리로 인해 죽을 고비를 맞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방충망을 뒤집어쓰고 투병하다 회복했지만, 수세가 약화한 탓에 태풍·폭설 때마다 가지가 부러지는 수난을 당했다.

1993년 2월 지름이 26㎝나 되는 동북쪽 큰 가지를 잃은 데 이어 5년 뒤 바로 옆의 지름 20㎝짜리 가지가 말라 죽으면서 고고하던 원추형 자태를 잃었다.

2007년과 2010년 돌풍으로 지름 20㎝ 안팎의 가지가 부러졌고,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면서 지름 18㎝ 서북쪽 가지 하나를 더 잃었다.

이듬해 또다시 솔잎혹파리가 날아들면서 잎이 누렇게 말라 죽는 피해가 나타났다.

지금은 어느 정도 수세가 회복됐다지만 바람에도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부실한 것이 현실이다.

군 관계자는 "수령이 오래되면서 줄기나 굵은 가지의 속이 비어있기는 하지만 약화한 가지를 대부분 제거해 부러질 만한 가지는 많지 않다"며 "풍파를 잘 넘겨 천수를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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