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8-20 10:12:27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로 기록된 복자(福者) 윤지충 바오로(1759∼1791)의 유해가 발견된 유적을 국가유산으로 확정하는 절차가 보류됐다.
20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가유산위원회는 최근 열린 사적 분과 회의에서 '완주 남계리 유적'을 사적으로 지정할지 심의했으나 안건을 보류하기로 했다.
국가유산위원회는 "사적 지정 명칭에 대한 자료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회의에 참석한 위원 15명 만장일치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에 자리한 유적은 조선에서 발생한 천주교 박해 사건인 1791년 신해박해와 1801년 신유박해의 순교자가 잠든 묘역이다.
윤지충과 권상연 야고보(1751∼1791)는 조선 교회에 내려진 제사 금지령을 따르고자 신주를 불태우고, 천주교식 장례를 치렀다가 모진 고문 끝에 1791년 숨졌다.
이들은 신앙을 지키고자 목숨을 내놓은 한국 천주교회 첫 순교자로 기록됐다.
윤지충의 동생인 윤지헌 프란치스코(1764∼1801)는 신유박해 당시 능지처참형을 받고 37세 나이로 순교했다.
세 순교자는 2014년 8월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1936∼2025)이 방한해 시복 미사를 집전하면서 다른 순교자와 함께 성인 이전 단계인 복자에 올랐다.
이들의 마지막 흔적은 사후 200여 년이 지나서야 밝혀진 바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남계리 일대에는 천주교와 관련한 묘가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왔는데, 2021년 천주교 전주교구 주관으로 무연고 무덤을 이장하며 유해 등이 발견됐다.
발굴 조사 결과, 세 순교자의 유해와 무덤 주인의 이름, 출생 연대 등이 기록된 백자 사발 묵서명 지석(誌石·망자의 인적 내용을 기록한 표지) 등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한국 천주교 최초 순교자의 묘역"이라며 "조선 후기 천주교 유입과 전개 과정, 박해의 역사를 한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6월 사적 지정을 위한 행정 절차에 나섰으나, 유적의 역사적 의미를 분명히 드러내려면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명칭 변경을 요청한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통상 문화유산의 명칭을 정할 때는 지역과 유적 명을 붙인다.
예컨대 한국인 첫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북 익산의 성당은 사적 '익산 나바위성당'으로 지정돼 있다.
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사적 지정을 조사할 당시 전문가들은 명칭에 '순교자'라는 표현을 넣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특정 종교를 의미해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보고서는 "유구(遺構·옛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자취)와 유물, 유해가 확인된 곳을 통칭해 유적으로 볼 때 '완주 남계리 유적'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위원회는 향후 사적인 기념물의 성격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방안과 추가 자료 등을 검토해 최종 명칭을 논의할 전망이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