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가 된 아들…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괴물 된 가해자 부모 그려

오보람

| 2022-04-19 10:13:02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속 한 장면 [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속 한 장면 [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속 한 장면 [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속 한 장면 [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속 한 장면 [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포스터 [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학폭 가해자가 된 아들…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괴물 된 가해자 부모 그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게 하는 영화다.

나라면 학폭(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자식이 처벌받는 걸 그냥 내버려 둘 수 있을까, 나라면 교사직을 걸고 학폭 사실을 고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라면 친구들의 괴롭힘에 동참하거나 방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는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큰 줄기다.

그러나 학부모 외에도 각기 다른 상황에 부닥친 여러 등장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기고 송곳 같은 물음을 던진다. 과연 당신이라면 정의로운 선택을 하리라 자신할 수 있느냐고.

명문 학교 한음국제중학교에 다니는 건우는 어느 날 학교 근처 호수에 빠져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다. 그가 임시 담임 교사 정욱(천우희 분)에게 남긴 편지에는 오랫동안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고백과 함께 이들의 실명이 쓰여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은 총 4명. 부모들은 부리나케 교장실로 모여들어 대책 회의에 들어간다.

이들은 가해 학생 중 한 명인 한결(성유빈)의 아버지 호창(설경구)의 지휘 아래 거짓 시나리오에 맞춰 한 몸처럼 움직인다. 아이들에게 진짜로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를 묻는 사람은 없다. 건우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보고도 혼내는 사람 역시 없다. 자식을 잃은 건우 엄마(문소리)의 고통도 물론 안중에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내 자식의 안위뿐이기 때문이다.

변호사인 호창을 비롯해 대형병원 이사장, 전직 경찰청장, 현 한음중 교사 등 막강한 힘을 쥔 가해 학생 부모들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 사건을 묻는 데 거의 성공한다. 그러나 담임 교사 정욱이 언론에 이 일을 폭로하면서 판세는 뒤집힌다. 호창은 담임 교사의 음해로 몰고 가자고 다른 부모들을 회유하지만, 이들은 호창의 아들 한결에게 독박을 씌우기로 말을 맞춘다.

결국 홀로 구속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호창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른 세 친구의 폭행을 견디지 못한 한결이 어쩔 수 없이 건우를 괴롭히는 데 동참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순식간에 가해자 부모에서 피해자 부모로 입장이 뒤바뀐 호창은 아들의 누명을 벗길 수 있을까.

스토리는 원작인 일본의 동명 희곡과 거의 비슷하다. 원작의 탄탄한 서사 덕분에 영화 역시 매끄럽게 흘러간다. 여기에 영화적 연출을 십분 활용해 요동치는 호창의 심리를 더 쉽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연극이 차갑고 냉철하다면, 영화는 다소 뜨겁고 감정적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다.

최근 '킹메이커', '야차' 등 여러 작품을 선보인 설경구는 호창 역으로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엔딩에서 복잡한 감정이 뒤범벅된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설경구는 최근 시사회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호창이라면 솔직히 갈등할 것 같다"며 "아들인 한결을 믿고 또 믿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담임 교사 역은 원작에선 남자지만 영화에서는 천우희가 맡았다.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적 갈등 끝에 건우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인물이자, 평범한 '우리'와 가장 닮은 인물이다. 천우희는 "정욱은 기로에 놓인 인물"이라며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교사로 채용해주겠다는 학교 측의 회유에도, 가해 학부모들의 거짓 여론몰이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교사로서 직업윤리를, 인간으로서 양심을 지킨 결과다. 다른 인물들이 앞서 수많은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정욱 단 한 사람의 옳은 선택으로 진실은 서서히 빛을 보게 된다. 이것이 원작자와 김 감독이 관객인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바가 아닐까.

27일 개봉. 상영시간 111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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