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시든 꽃…스타 사진작가 조선희, 첫 개인작업 전시

황희경

| 2022-12-22 10:06:24

▲ 사진작가 조선희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조선희 '#4'(왼쪽), '#31'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조선희 '#16'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시 태어난 시든 꽃…스타 사진작가 조선희, 첫 개인작업 전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꽃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형태를 봐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20년간 인물 사진을 찍다 보니 나도 모르게 꽃을 사람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연예인 등 인물사진 작업으로 유명한 스타 사진작가 조선희가 상업사진이 아닌 개인 작업으로 첫 전시회를 연다.

서울 용산의 뉴스프링프로젝트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꽃 정물 사진 작업 30여 점이 나왔다.

길게는 20년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말린 꽃에 형광안료를 뿌린 뒤 찍은 사진은 분명 정물 사진인데도 움직임이 느껴진다. 춤을 추는 발레리나 같은 인물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사람을 찍으며 형성된 작가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반영됐다.

작업은 누군가의 사랑이 담긴 꽃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마른 꽃을 모으기 시작한 데서 출발했다. 작가는 꽃봉오리가 꺾이지 않도록 뒤집는 대신 꽃을 원래 모습대로 말렸다. 시간이 지나며 꽃봉오리가 중력에 의해 자연스레 꺾이고 줄기가 비틀어지면서 다양한 이미지가 나타난다.

생명을 다한 꽃에 안료를 뿌리는 행위는 일종의 염(殮)이다. 5년여 년 전부터 말린 꽃을 찍기 시작했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꼈던 작가는 대학생 때 찍었던 할머니의 염한 사진을 발견하고 마른 꽃에도 아름답게 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안료를 뿌리기 시작했다. 강렬한 원색을 입은 마른 꽃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꽃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대상으로 탈바꿈한다.

작가는 개인 작업에 대해 "인물 사진을 찍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클라이언트(고객)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좋다"며 웃었다.

1996년 배우 이정재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의 흑백 사진으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뒤 인물 사진으로 일가를 이룬 작가지만 그는 "아직도 나는 최고가 아니다"라면서 "죽기 전에 최고가 돼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5일까지.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