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 2026-08-13 10:05:51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국립중앙도서관은 강화학파 유학자 이건승(1858∼1924)이 만주 서간도 망명길의 비통한 심정과 독립의 염원을 담아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망명가사인 '서행별곡(西行別曲)'의 유일본을 기증받고 이를 일반에게 공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기증은 이건승의 후손인 이겸주 울산대 명예교수의 뜻에 따라 지난해 이뤄졌다.
'서행별곡'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으로 국권을 상실한 뒤 일제의 통치를 거부하고 서간도로 망명한 이건승이 망명 직후인 1911년 3월에 지은 141장 분량의 한글 가사, 즉 노랫말이다.
망명가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 등이 서간도 등으로 망명하면서 쓴 가사를 의미한다. '서행별곡'은 저자가 국권 상실 후 바로 망명해 쓴 것이라서 망명가사 중 시기적으로 가장 빠르다고 정진웅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는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기증받은 문헌은 '서행별곡'의 친필 유일본이라는 점에서 사료적, 문학적 가치가 크다고 국립중앙도서관은 덧붙였다.
이 작품에는 조국을 떠나야 했던 비통한 심정과 나라를 되찾고자 한 강한 의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또 망명길의 여정과 심경 변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묘사돼 있다.
앞부분에서는 망명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후학을 위한 학교 교육을 일찍 실시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중간에서는 서울을 떠나 신의주에 이르는 과정에서 마주한 옛 문화유적에 대한 감회와 서구 문물의 유입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겪는 일본에 대한 두려움, 음식과 언어가 다른 이국땅에서의 고통을 토로한다. 동시에 서간도에 도착해 지형을 살핀 후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과 척박한 현실 사이에서 느낀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서행별곡'이 암울했던 시대에 한 지식인이 겪어야 했던 내적 고뇌와 외적 고난을 그대로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 자료라고 밝혔다.
또 문학적으로도 전통적인 유학자가 시대의 아픔을 한글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한글에 대한 인식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번에 서행별곡 외에 '초원담로(草窓談老)', '두시약설(杜詩略說)', '양명문초(陽明文鈔)' 등 강화학파의 학문적 성과를 담은 자료도 함께 기증받았다.
국립중앙도서관 현혜원 고문헌과장은 "기증받은 자료는 9월까지 자료의 목록과 상세한 내용 설명을 담은 해제를 우선 공개하고, 2027년에는 고화질 디지털화를 완료해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을 통해 원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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