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존재'가 주는 생의 의미…옛사람이 그린 풀벌레 세계

국립춘천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정선·김홍도 등 '초충도' 한자리

김예나

| 2022-10-24 10:00:04

▲ 남계우, '괴석과 벌레'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홍도, '협접도 부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정선, '여뀌와 개구리'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혜진 작가와 협업한 전시 포스터 [국립춘천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은 존재'가 주는 생의 의미…옛사람이 그린 풀벌레 세계

국립춘천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정선·김홍도 등 '초충도' 한자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초충도(草蟲圖), 글자 그대로 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이다. 옛사람들은 작은 풀벌레 하나도 예사로이 넘기지 않았다.

작기만 한 존재를 자세히 관찰했고 날고, 뛰고, 기는 동작 하나하나를 살폈다. 미물의 생태를 그리면서 인생의 멋과 이치를 떠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옛사람들이 바라본 풀벌레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초충도를 주제로 한 그림, 도자기 등 79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미물지생(微物之生), 옛 풀벌레 그림'을 25일부터 연다.

초충도를 주제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나비나 매미를 다룬 작품에서부터 출발한다.

나비는 옛사람들이 많이 그렸던 소재로 장수를 상징한다.

서민의 생활상을 해학적 감성으로 표현한 풍속화로 잘 알려진 단원 김홍도 역시 나비를 그렸다.

그의 '협접도 부채'는 꽃에 날아드는 나비를 생생하게 그렸는데, 이 그림을 본 표암 강세황은 '나비의 가루가 손에 묻을 것 같다'며 사실적인 표현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뛰고, 기다' 전시 부분에서는 날지 않고 주로 기거나 뛰어다니는 벌레에 주목한다.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알려진 정선이 그린 '여뀌와 개구리', 심사정의 '오이를 등에 지고 가는 고슴도치', 신사임당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초충도 화첩'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풀벌레를 그리기 위한 화가들의 시선과 화법도 놓치지 않는다.

옛 화가들은 풀벌레의 모양과 색깔을 자세히 관찰한 뒤 화보를 보면서 동작과 구도를 익혔다. 그림 교재인 '초본화시보'(草本花詩譜), 전기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화조초어도'(花鳥草魚圖) 등을 통해 이들의 노력을 짐작해볼 수 있다.

전시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만남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물관은 고양이 민화 그림으로 잘 알려진 혜진 작가와 협업해 전시 포스터를 만들었다. 조선시대 초충도를 보고 작가가 재해석한 그림은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작가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린 초충도 작품도 전시장 곳곳에 배치돼 있어 시선을 끈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 나온 고양이와 나비 그림도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은 전시에 맞춰 전문가 특강, 체험 행사도 함께 열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옛사람들이 바라본 풀벌레 세계를 조명한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와 현대로 이어지는 '공존'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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