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래
| 2026-09-30 10:01:59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차갑고 단단한 스테인리스스틸을 두드려 빛의 움직임을 화면 위에 붙잡아 두는 작가 권용래(62)의 신작 16점을 선보이는 개인전 '비커밍'(BECOMING)이 다음 달 1일부터 서울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열린다.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회화의 재료이자 화면을 이루는 조형 요소로 다뤄왔다. 레이저로 재단한 금속 유닛의 표면을 망치로 두드려 미세한 굴곡을 만들고 안료를 입힌 뒤, 젯소(gesso)를 바른 캔버스에 하나씩 부착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화면에 쌓인 수백∼수천 개의 유닛은 두드린 힘의 정도와 각도, 색과 간격을 달리하며 배치되고, 빛과 만나는 순간 하나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 표면은 빛을 받아 일렁이고, 유닛 사이를 흐르거나 분산된 빛은 다시 형상을 만든다.
전시명 '비커밍'은 관람자의 위치와 시선에 따라 작품이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생성되고 변화하는 특성을 가리킨다.
권용래의 작품에서는 금속이 이미지가 되고 빛이 색과 형상이 되며, 관람자의 움직임도 작품을 이루는 일부가 된다.
대표작 '이터널 플레임'은 금속 유닛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빛을 통해 불꽃의 순간적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특정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빛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과정을 드러내며, 순간의 움직임을 지속되는 이미지로 보여준다.
권용래는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작업실의 어둠 속에서 구겨진 은박지에 반사돼 흩어지는 빛을 경험한 일은 작업의 전환점이 됐다. 이후 빛이 만들어내는 현상 자체를 작업의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동아미술상과 중앙미술대전 장려상을 받았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홍콩 콴훤핀 미술관, 중국 북경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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