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2-27 09:58:38
미국인 선교사가 간직한 韓 역사…독립선언서 사본·태극기 확인
일제강점기 한국서 40년간 머문 '군예빈' 에드윈 쿤스 소장품 발견
윤수진 용인대 교수, 유족 만나 조사…향후 독립운동사 연구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에서 머물렀던 미국인 선교사이자 교육가가 소장했던 독립선언서 사본과 태극기가 확인됐다.
윤수진 용인대 교양학부 부교수는 "미국인 선교사 에드윈 쿤스(1880∼1947·한국명 '군예빈')가 남긴 미공개 유품과 자료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근대 교육을 전공한 윤 교수는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방문 교수를 지내며 미국 현지에서 에드윈 쿤스를 조사·연구하던 중 자료를 새롭게 찾아냈다.
쿤스는 약 40년간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미국 북장로회 소속 선교사였던 그는 1903년 한국을 찾아 선교 활동을 시작한 뒤, 기독교계 사립학교인 경신학교(경신중·고등학교의 전신) 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교수는 "황해도 재령에서 선교 활동을 할 때 백범 김구(1876∼1949)의 혼례서를 작성해 줬고 한국왕립아시아학회장, 새문안교회 당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1940년대 일제에 의해 감금돼 고문당하기도 했던 그는 1942년 송환령에 따라 본국인 미국으로 추방됐고, 이후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대일 심리전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윤 교수가 쿤스의 후손 집에서 찾은 유품에는 1919년 3·1운동을 전후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독립선언서 포토스탯(photostat) 자료가 포함돼 있다.
포토스탯은 1910년대 도입된 초기 방식의 사진 복사기다.
우측에는 '선언서'(宣言書)라고 표기돼 있으며 '우리들은 지금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고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국민이라는 것을 선언하노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윤 교수는 옥성득 UCLA 석좌교수와 자료를 검토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독립선언서 판본과는 다른 점이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보성사에서 찍어낸 이른바 보성사판 독립선언서는 국호가 '선조'(鮮朝)로 기재돼 있으나, 새로 발견된 선언서 사본은 '조선'(朝鮮)이라고 바르게 표기돼 있다.
후반부의 공약 부분은 '공약 3장'(公約三章)이 아니라 '공약'(公約)이라고만 돼 있고, 민족대표 다음에는 빈칸 없이 손병희(1861∼1922) 이름이 인쇄돼 있다.
윤 교수는 "독립선언서가 언제, 어떻게, 누구로부터 쿤스에게 전달됐는지를 파악하고자 연구 중"이라며 "자료 기증을 두고 국내외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쿤스 집안에서 오랜 기간 보관해온 태극기의 경우, 쿤스가 실제 사무실에서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함께 걸어둔 것이라고 유족은 전했다.
윤 교수는 쿤스의 생애와 교육 활동을 분석한 자신의 논문을 쿤스의 손자에게 직접 전달하며 쿤스 부부가 남긴 사진, 앨범, 서신 등에 대한 정보도 공유했다.
그는 "해외에 남아 있는 미발견 자료를 꾸준히 찾아낸다면 향후 독립운동사 연구에 의의가 있을 것"이라며 자료의 제작·유통·소장 과정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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