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앙아를 잇다]⑦ 중앙아 MZ세대 "K드라마 보며 '한국행' 꿈꾼다"

K팝·K뷰티에 이끌린 청년들 "한국서 배우고 일하고 싶어요"
유학·취업 발판 된 한국어…단순 유학생 넘어 미래 동반자 성장 기대
비슈케크서 만난 '제2의 BTS' 꿈나무들 "한국 무대 서는 게 꿈"

박현수

| 2026-09-03 09:01:02

▲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명소인 '서울 문'을 찾은 인파 (타슈켄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명소인 '서울 문'(SEOUL MUN) 거리는 밤마다 인파에 불야성을 이룬다. 2026.9.3 phyeonsoo@yna.co.kr
▲ 서울문에 있는 고려인 퓨전식당 첸손 (타슈켄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7월 4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명소 '서울문'에 있는 고려인 퓨전식당 첸손(CHENSON). 입구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직원이 손님을 맞고 있다. 2개 층, 250석 규모의 이 식당은 주말이면 빈자리가 없을 만큼 인기가 높다. 2026.9.3 phyeonsoo@yna.co.k
▲ '서울공원' 고려인 정주 80주년 기념비 (타슈켄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고려인 이주 80주년을 기념해 타슈켄트 서울공원 입구에 세워진 고려인 정주 80주년 기념비. 2026.9.3 phyeonsoo@yna.co.kr
▲ 부천대 정문서 기념촬영한 졸업생과 재학생 (타슈켄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부천대학교 정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이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이 포즈를 취했다. 맨 오른쪽은 고려인 4세인 조인나 부천대 국제교류대외협력원장. 2026.9.3 phyeonsoo@yna.co.kr
▲ 카자흐스탄 알-파라비국립대 한국학과 학생들 (알마티=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카자흐스탄 알-파라비국립대 한국학과 학생들이 지난 7월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경북도가 마련한 북카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 번째는 하미토바 나제르케 전임강사, 맨 오른쪽은 졸업생 굴잣 씨. 2026.9.3 phyeonsoo@yna.co.kr
▲ "BTS 초청해 달라" 요청하는 키르기스스탄 현지 언론인들 (비슈케크=연합뉴스) 지난 7월 10일 주키르기스스탄 한국대사관 주최 현지 언론인 초청 간담회에서 김광재 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지 언론인들은 김 대사에게 "내년 고려인 중앙아시아 정주 90주년 기념행사에 BTS를 초청해 달라"고 주문했다. 2026.9.3 [주키르기스스탄 한국대사관 제공]
▲ '제2의 BTS' 꿈꾸는 '문차일드'(Moon Child) 멤버들 (비슈케크=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제2의 BTS'를 꿈꾸는 10대 여학생 팀 '문차일드'(Moon Child) 멤버들이 지난 7월 10일 비슈케크 시내에 있는 연습실에서 K팝 댄스 연습을 하고 있다. 2026.9.3 phyeonsoo@yna.co.kr
▲ 서울시립대 봉사단과 고려인·현지 학생들 공연 (비슈케크=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7월 12일 비슈케크 제9번 학교에서 열린 서울시립대 '2026 하계 글로벌 봉사단 여름캠프'에서 서울시립대 봉사단과 고려인·현지 학생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6.9.3 phyeonsoo@yna.co.kr

(알마티[카자흐스탄]·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도심을 가로지르는 운하를 따라 한국 전통 궁궐의 문과 기와, 태극 문양을 본뜬 '서울문'(SEOUL MUN) 거리는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이곳은 한·우즈베키스탄 교류와 우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업·복합문화공간이다. '고려인 퓨전 식당'과 K뷰티 매장, K디저트 카페가 늘어선 이 거리는 타슈켄트 시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서울 청계천 일대를 연상시키지만, 규모는 훨씬 크고 화려하다.

서울문을 걷다 보면 한 시간마다 벌어지는 음악 분수 쇼와 함께 로제의 '아파트'를 비롯해 친숙한 K-팝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이곳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는 전통 한국식 정원인 '서울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약 8천㎡ 규모로, 서울시와 타슈켄트시의 자매도시 협정을 계기로 2014년 5월 문을 열었다.

2017년 고려인 정주 80주년을 기념해 공원 입구에 고려인 정착 기념비가 세워졌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돌다리와 전통 담장, 꽃 계단 등이 조화를 이루며 현지인과 한인사회의 역사·문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설날과 추석 행사, 고려인 문화 행사, 한·우즈베키스탄 문화교류 축제가 열리는 한민족 문화의 중심지다.

◇ 한류 타고 커지는 한국어 열기…"한국 유학·취업 꿈꿔요"

타슈켄트 부천대학교는 한국 부천대와 우즈베키스탄 유아교육부가 공동 설립해 2018년 문을 열었다. 재학생은 약 2천500명. 교육학, 경영학, IT, 멀티미디어 등 12개 학과를 두고 있다.

이 학교에서 만난 경영학과 3학년 아니로바 자스민 씨는 "한국 대사관에서 일하는 게 첫 번째 꿈이에요"라며 망설임 없이 말했다. K팝을 들으며 한국어를 독학하다시피 익혔고, 한국에서 석사 학위를 딴 뒤 한국 취업까지 내다보고 있다.

같은 학과 허밀라나 씨의 목표는 한국 화장품 기업 입사다. K뷰티 화장품을 써보며 품질에 반한 게 계기였다.

4년 전 이 학교를 졸업한 뒤 교직원으로 일하는 카밀라 술타노바 씨는 한국 석사과정 유학을 고민하고 있다.

경영학과의 한 남학생은 KBS '퀴즈 온 코리아' 우즈베키스탄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본선 무대를 밟는다.

이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다. 학교 수업 외에 학원에서 별도로 한국어를 익히는 학생이 많고, K드라마 시청은 실전 회화 감각을 키우는 효과적인 학습법으로 통한다.

학교 측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김치 담그기, K팝 댄스, 한복 체험, 사물놀이 등 한국 문화 프로그램을 학기 중 운영하고, 자생의료재단과 손잡고 매년 학생 30명을 한국으로 보내는 3주짜리 단기 연수도 진행한다. 뿌리산업 분야 취업까지 연계하는 E-7-M 비자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다.

고려인 4세인 부천대 조인나 국제교류대외협력원장은 재외동포재단 장학생 출신으로 한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생들이 현지 교육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국에서 직접 배울 기회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카자흐 국립대 학생들, 한국어 발판 진로 설계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알-파라비국립대 학생들도 한국어를 발판으로 구체적인 진로를 설계하고 있었다.

한국학과 3학년 알루아 하리소바(20)는 중학생 때 인터넷에서 본 한글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양에 매료돼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알-파라비국립대와 강남대의 복수학위 과정에 참여해 지난 6월까지 1년간 한국에서 공부하며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찾았다.

그는 "졸업 후 경영학 석사 과정에 진학해 한국의 K-뷰티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며 "화장품을 살 때도 성분을 꼼꼼히 살펴볼 정도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3학년 온다슨(21)은 카자흐스탄 외교부가 필요 언어로 제시한 한국어를 보고 전공을 선택했다. 동국대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공부한 그는 졸업 후 외교부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맡는 외교관이 되는 것이 목표다.

하미토바 나제르케 전임강사 역시 어린 시절 한국 드라마를 접한 뒤 한국의 사회·경제·정치로 관심을 넓혔다. 고교 시절 취미로 시작한 한국어 공부는 한국학 연구와 강단으로 이어졌다.

그는 한국의 문화유산 디지털화 경험을 카자흐스탄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카자흐 최초의 한국어 교재 제작에도 참여했다.

중앙아시아 곳곳에서 K팝과 K드라마를 보고 자란 MZ세대가 한국어를 배우고 유학과 취업을 준비하며 한국행을 꿈꾸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 손흥민,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한국 스타는 이미 일상

한류의 영향력은 대학가를 넘어 성인에게까지 뻗어 있다. 키르기스스탄 현지 유력 매체인 카크투스 미디어에 소속된 나탈리아 티미르바예바 기자는 최근 주키르기스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초청 현지 언론인 간담회에서 키르기스스탄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설문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에서 남자들이 가장 먼저 꼽은 한국 스타는 축구선수 손흥민이었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블랙핑크와 지드래곤, 로제, 제니가 단연 인기였다.

20대 후반 이상 응답자들은 방탄소년단(BTS)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배우들,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을 한국의 얼굴로 선택했다.

현지 미디어 채널에서는 BTS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멤버들의 입대와 전역, 공연 소식까지 실시간으로 화제가 된다.

김광재 주키르기스공화국 대사도 K팝의 사회적 파급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키르기스스탄 시위 현장에서 K팝 음악이 흘러나와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사례를 소개하며 "청년층의 K팝 사랑이 사회 통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지 기자들은 김 대사에게 "오는 2027년 고려인 중앙아시아 정주 90주년 기념행사에 BTS 등 한국의 유명 가수들을 초청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류가 청년들을 움직이는 방식은 유학과 취업 준비에 그치지 않는다. 비슈케크의 한 댄스 스튜디오에서는 K팝이 삶의 방향을 바꾼 또 다른 사례를 만날 수 있었다.

14세 때 TV에서 본 BTS 뮤직비디오에 이끌려 춤을 시작한 디아르벡(22) 씨는 5년째 K팝 안무가 겸 강사로 활동 중이다.

21∼22세 남성 5명으로 구성된 팀 '페이스'를 이끄는 동시에, 세종학당에서 K팝 댄스를 가르치고 수료식 무대에도 오른다. "K팝은 춤을 넘어 한국 드라마와 예능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통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결성한 10대 여학생 팀 '문차일드'(Moon Child)는 15∼17세 멤버 5명으로 구성돼 활동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K팝 페스티벌에서 2위에 올랐다. 이들은 주 2∼3회 방과 후 연습실을 찾는다.

팀원들은 함께 춤을 추며 "가족 같은 유대감을 쌓았다"며 언젠가 제2의 BTS나 블랙핑크처럼 한국 무대에도 서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키르기스스탄 내 K팝 댄스팀은 5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중앙아시아권 콘테스트에는 한국에서 전문 심사위원이 초청될 만큼 저변이 넓어졌다.

한국 청년들과의 직접 교류는 이런 동경을 정체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준다. 최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는 서울시립대 봉사단이 한국교육원과 함께 고려인·현지 학생 110명과 한국어와 태권도, K팝 댄스를 체험하는 캠프를 열었다.

부산대 해외봉사단도 알마티한국교육원과 함께 2주가량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열어 고려인·카자흐스탄 청년 100여명에게 한국어와 태권도, K팝 댄스를 가르쳤다.

◇ "소비자 아닌 가교로"…한국 사회가 답할 차례

드라마와 SNS로 그려온 한국과 실제로 마주하는 한국 사이에는 간극이 있기 마련이다.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은 이들이 한국 사회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여전히 넘어야 할 몫이다.

조남철 아시아발전재단 상임이사(전 한국방송통신대 총장)는 "고려인이나 중앙아시아 청년들을 단순 유학생이나 소비자, 단기 노동자로만 볼 게 아니라,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비즈니스·문화 가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중앙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과 교류는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재외동포청의 장학금과 모국 방문 연수, 대학 간 봉사 교류, 문화 프로그램은 이미 양측을 연결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한류를 매개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사회를 동경하며 자란 이들 MZ세대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드는 한국에서 어떤 자리를 찾을지, 그리고 한국 정부와 국민이 이들을 동반자로서 어떻게 품어낼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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