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식량위기서 안전한가…기후변화로 '먹거리 전쟁' 예고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식량위기 대한민국' 출간

성도현

| 2022-06-17 09:30:11

▲ 세계 식량 위기 현실화…각국 수출 중단·사재기까지(CG) [연합뉴스TV 제공]
▲ 식량 위기 (CG) [연합뉴스TV 제공]


한국은 식량위기서 안전한가…기후변화로 '먹거리 전쟁' 예고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식량위기 대한민국' 출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최근 인도의 밀 수출 제한,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통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곡물 수확량 감소, 미국·프랑스·아프리카 북동부 가뭄 등으로 세계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곡물의 80%를 수입하는 한국도 식량난에 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이자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농업 공적개발원조(ODA) 전문가로 알려진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최근 출간된 '식량위기 대한민국'에서 식량 안보의 관점에서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 위기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기후변화 시대를 지나 다가올 생물 다양성의 시대에는 국가들이 인구 100억 명이 먹고살 식량을 어떻게 공급할지를 두고 다투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1.6%)을 고려하면 약 30년 후인 2050년 세계 인구 추정치는 97억 명이다.

저자는 식량 위기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고, 미래의 지속 가능성은 기후변화 시대에도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와 올해 겨울 기온이 0.8도 올라 벌통에 진드기가 발생하면서 꿀벌 77억 마리가 죽었고, 벌이 꽃가루받이 등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식량의 생산성이 감소한 사례를 소개한다.

또 올해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기후 영향, 적응 및 취약성에 관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구의 기온이 1.5도 오르면 생물 다양성이 14% 줄어들고, 식량 안보에 따른 피해는 630억 달러로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IPCC는 이대로 가면 100년 안에 4∼5도가 오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저자는 식량 안보를 평가하는 기준인 '식량자급률'을 언급하며 "한국의 식량 안보는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쌀과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이며, 사료용을 포함해 곡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곡물자급률'은 20% 수준이다.

책은 식량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크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농가에서는 곡물 대신 딸기나 토마토 등 원예 작물 재배를 선호하고, 무관세로 인해 해외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린다는 등의 이유를 든다.

저자는 쌀의 생산 기반을 지속해서 현대화하고, 품종 개발과 정밀 농업 기술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이뤄진다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기후 충격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그가 걱정하는 부분은 다른 나라의 농업 생산량이 급감해 글로벌 식량 공급망 위기가 연속해 일어나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외부로부터의 식량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은 곡물 수입을 미국 카길과 ADM사 등 세계 4대 곡물 기업에 크게 의존하는데 곡물 수출국의 국적 공급사를 활용해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농업 발전을 위한 기술 지원과 투자를 늘려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에서 식량 위기가 발생하지 않아야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식량을 수입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또 해외에서 직접 생산을 통해 식량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과 해외 식량 생산 관련 정보의 수집과 분석 역량을 키우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특히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바로 우리나라에 전가되는 구조에서 탈피하려면 주요 식량 수출·수입국의 농업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웨일북. 340쪽. 1만8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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