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에 산수를, 백자에 꽃을…이강효·손경희 2인 도예전

'산수 너머, 꽃이 피다'展…15일부터 삼성동 '노영희의 그릇'에서

박의래

| 2026-10-07 09:27:31

▲ '산수 너머, 꽃이 피다' 포스터 [노영희의 그릇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산수 너머, 꽃이 피다' 작품들 [노영희의 그릇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자연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담은 이강효와 손경희의 2인 도예전 '산수 너머, 꽃이 피다'가 오는 15일부터 서울 삼성동 '노영희의 그릇'에서 열린다.

전통 도예를 바탕에 둔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도자에 담아왔다.

이강효가 산수의 형상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힘과 질서를 탐구한다면, 손경희는 꽃과 나비를 통해 일상에서 피어나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강효는 전통 분청사기의 조형성과 기법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며 전통의 현재성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분청의 자유로운 물성과 상감기법을 활용한 선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반건조 된 흙의 표면을 파내고 다른 흙을 메워 넣는 상감기법으로 새겨낸 선은 소용돌이를 닮은 유려한 형태로 변주된다. 화병의 선들은 기물의 형태를 따라 흐르며 정지된 도자에 역동성을 더한다.

분청산수 연작에서는 기물 위로 흘러내린 백토가 산의 능선처럼 자리 잡는다. 백토가 흘러내리고 멈추는 순간마다 생겨난 흔적은 산의 형상을 이루면서 자연이 품은 시간과 기운을 담아낸다. 작가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 형상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흙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과감하면서도 절제된 조형미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국내외에서 주목받았으며, 영국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 앤 앨버트뮤지엄, 프랑스 국립도자기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손경희는 꽃과 나비를 소재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 도자를 빚는다. 백자토로 만든 단정하고 소담스러운 형태의 그릇 위에 꽃과 나비를 새겨 넣어 자연의 생명력과 밝고 따뜻한 정서를 표현한다.

그는 꽃과 나비를 단순히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양각 기법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문양 주변을 섬세하게 깎아내 꽃과 나비가 아주 낮게 돋아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과장되지 않은 입체감은 그릇의 담백한 형태를 해치지 않으면서 손끝에 닿는 미세한 굴곡을 통해 조용한 생명력을 더한다. 평범한 식탁에 놓이는 그릇을 작은 자연의 풍경으로 바꾸는 셈이다.

쓰임이라는 도자의 본래 기능을 존중하면서 장식과 조형성을 더한 손경희의 작품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아름다운 것을 가까이 두고 일상에서 누리고자 하는 작가의 시선이 담겼다.

전시는 11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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