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데이미언 허스트 "여전히 아이같은 상태로 답 찾는 중"

예술의 틀 깬 '현대미술계 이단아'…"모순 가득하지만 솔직하게 작업"
설치에서 회화로 전환…"회화가 나에게 계속 돌아오는 것 같아"
"삶의 유한함 깨달아…영생할 것 같던 과거 작업 이젠 맞??

박의래

| 2026-03-21 06:01:02

▲ '사랑의 취약성'과 데이미언 허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개인전에 전시된 '사랑의 취약성' 작품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18 scape@yna.co.kr
▲ 상어 작품 앞 데이미언 허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개인전에 전시된 대표작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18 scape@yna.co.kr
▲ 서울에 재현된 데이미언 허스트의 스튜디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 재현된 데이미언 허스트 스튜디오에 놓인 미완성 회화 작품들. 2026.3.21. laecorp@yna.co.kr
▲ '사랑의 취약성'과 데이미언 허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개인전에 전시된 '사랑의 취약성' 작품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18 scape@yna.co.kr
▲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신의 사랑을 위하여'(앞)와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뒤)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린다. 2026.3.18 scape@yna.co.kr
▲ 다이아몬드 해골과 포즈 취하는 데이미언 허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개인전에 전시된 '신의 사랑을 위하여'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18 scape@yna.co.kr
▲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그래, 그런데 네 진짜 기분은 어때?'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린다. 2026.3.18 scape@yna.co.kr
▲ 유니콘과 포즈 취하는 데이미언 허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개인전에 전시된 '신화'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18 scape@yna.co.kr

[일문일답] 데이미언 허스트 "여전히 아이같은 상태로 답 찾는 중"

예술의 틀 깬 '현대미술계 이단아'…"모순 가득하지만 솔직하게 작업"

설치에서 회화로 전환…"회화가 나에게 계속 돌아오는 것 같아"

"삶의 유한함 깨달아…영생할 것 같던 과거 작업 이젠 맞지 않죠"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61)는 40여년에 걸친 예술 세계에 대해 "여전히 아이 같은 상태로 답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달 20일 개막한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허스트는 지난 18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예술과 삶의 철학에 관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현대미술계 이단아'로 불리는 그는 "저는 모순으로 가득한 사람이지만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하고 진실되게 작업하려는 작가"라며 "제가 되게 멋진 사람인 척하면 결국에는 실패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설치 작업에서 최근 회화로 방향을 전환한 것에 대해서는 회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며 과거의 성공과 명성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어서는 무한한 삶을 살 것 같았고 그런 생각으로 작업을 했는데 이제는 제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영생할 것처럼 생각하며 했던 과거 작업이 지금의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다음은 허스트와의 일문일답.

--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 장소로 한국을 택했는데, 그 이유는.

▲ 한국은 흥미롭고 신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다. 계속해서 미술관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고 그 중심에 젊은 세대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 관람객들이 내 작품을 굉장히 좋아해 준다. 이전에 한 한국 관람객은 내게 다가와 손을 잡고 '당신의 작품이 내 삶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국에 올 때마다 큰 사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번 전시의 특징은 무엇인가.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 작품을 연대기로 풀어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내놔 흥미롭게 여겼다. 지금까지 걸어온 예술 여정이라는 것이 굉장히 방황한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전시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아주 '경제적인' 전시였다. 너무 많은 작품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과하지 않게 필요한 것들만 집어넣었다.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 것은 작가 노트를 써서 추가했다. 보통은 학예사들이 전시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반박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 작가 노트에 쓴 글귀들이 흥미롭다. '지금 하는 작업이 무엇인지, 옳은 길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적었다.

▲ 이번 전시는 40년이 넘는 나의 예술 여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여정의 끝에 있는 지금의 나는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상태로 답을 찾고 있다.

모든 작업은 하나의 아이디어로 출발하지만 그 아이디어에만 집착해 따라가다 보면 실패가 될 수 있다.

-- 여느 전시와 가장 다른 점은 작가의 개인 공간을 그대로 가져와 보여줬다는 점이다.

▲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완성되지 않은, 현재 작업 중인 작품까지 보여주자고 했다. 작업실이라는 곳은 매우 사적이고, 실수를 해도 되는 곳이다. 전시에 나올 때는 실수를 다 지우고 완성된 것만 내놓지만 미완성 작품들은 아직 자랑스럽게 꺼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그런데도 작업실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있나.

▲ 가능성이었다. 한국 관람객에게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도 기초에서 시작하고, 중간에 실수하네. 이런 사람도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하는 긍정적인 가능성의 메시지와 영감을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 2년 후쯤에 여기서 보여준 미완성 작품들이 완성됐을 때 사람들이 '이거 예전에 내가 진행 중일 때 봤던 작품인데 이런 결과가 나왔네'하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작품들이 마음에 안 들어 전부 폐기될 수도 있긴 하다.

지금 관람객들이 볼 수 있는 미완성 작업들은 3년째 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하고 있는데 여전히 미완성이고 완성에 근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매일매일 작업실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덧칠하면서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매일 하다 보면 점점 더 좋아질 것이고 언젠가는 위대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한다.

-- 과거의 허스트였다면 이렇게 공개할 수 있었을까.

▲ 젊었을 때는 작업 중에 누가 작업실에 들어오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미완성 상태의 작업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예술에 대한 사유를 하다 보면서 부족한 작품도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작가는 그림을 다 그리지 못하고 죽어도 별로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이 진짜이고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 그동안 대규모 설치 작업을 주로 했는데 최근에는 회화 작업이 많아졌다. 작가 노트에도 최근엔 대부분의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데, 젊은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을 일이라고 적었다.

▲ 몇 해 전에 회화 작품들로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한 분이 내게 다가와서는 '당신이 회화를 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회화 작업을 했다. '스폿 페인팅'이나 '스핀 페인팅' 연작을 초기부터 했다. 어렸을 때는 조각가보다 회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그런데 대학에 가니 회화를 한다고 하면 굉장히 이상하게 취급받았다. 당시에는 회화와 조각을 엄밀히 구분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회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머리 한편에 강박처럼 두고 있었다. 동시에 내가 회화 작가라는 사실은 견딜 수 없이 싫었다. 그래서 페인트를 사더라도 (회화용이 아닌) 가정에서 벽에 칠하는 페인트를 샀다. 시간이 지나면서 회화가 나에게 돌아온 것 같다. 머리카락을 잘라도 다시 나는 것처럼 회화도 항상 나에게 반복해서 돌아오는 것 같다.

-- 작가 노트에서 '내가 나 자신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성공과 명성이 지금의 창작을 방해하나.

▲ 과거와 현재의 생각이 달라졌는데 과거의 신념을 지금도 따르면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의 나는 내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폿 페인팅' 연작을 할 때는 이 작업을 무한히 만들어내고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유한한 삶을 사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한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더는 그런 유형의 작업이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

-- 이런 변화는 나이가 들어서인가. 아니면 세상이 변해서인가.

▲ 나는 굉장히 모순으로 가득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모순적인 부분을 두려워하면 이것 또한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작가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어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해 솔직하게 작업하고 있다. 되게 멋진 사람인 척하면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간다. 작가는 내 경계를 넘어 밖에서 나를 봐야한다. 그래야 내 자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다.

-- 등장부터 지금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에는 '신의 사랑을 위하여'를 놓고 정말 판매가 이뤄진 것이 맞는지 논란이 있었다.

▲ 조금 복잡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한 수집가가 이 작품을 사기로 했다가 마지막에 구매하지 않았다. 이후에 한 컨소시엄에서 3분의 1만 사겠다고 했다. 그 값이 재료비를 커버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일단 재료비는 환수할 수 있으니 지분을 판매했고, 10%는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나머지 지분은 내가 갖고 있다. 어쨌든 판매가 됐기 때문에 갤러리에서는 판매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컨소시엄이 나중에 자선 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다고 해서 그 경우 내 지분도 기부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없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 작품처럼 가치 있는 재료로 작업하면 항상 판매 가격에 의혹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 사용된 다이아몬드와 금의 재료비를 합하면 얼마인데 어떻게 훨씬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재료비와 작품 가격을 비교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피카소가 100달러어치 재료를 사서 그림을 그리고 이것을 100만달러에 판다고 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종이에 그린 그림과 금 위에 그린 그림을 비교하면 항상 후자에 의혹과 의심을 갖는다.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 평생 죽음을 말하는 작업을 했다. 당신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 죽음은 평생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상실이나 애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죽음은 그렇지 않다. 영국 사회에서는 죽음에 대해 잘 언급하지 않는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상당수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직면해야 한다고 배웠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매일 바뀐다. 다만 과거보다는 두려움이 덜한 것 같다. 머리가 희끗해지면서 그런 것 같다.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은 죽음의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술은 삶에 관한 것이다. 프란시스코 고야나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보고 죽음에 관한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다 삶에 관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내게 '죽음에 대한 작품을 만든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고 둘 중 하나만 가질 수는 없다. 항상 함께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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