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애란
| 2021-02-26 09:27:19
'속마음이 들린다?' 상상력이 스크린으로…영화 '카오스 워킹'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금발 예쁘다", "이 길이 맞아야 할 텐데", "지금 키스해주려고 하나"
머릿속을 스친 모든 생각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밖으로 들리고 보인다면? 상상만으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지난 24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 SF(공상과학) 영화 '카오스 워킹'은 모든 생각이 노출되는 '노이즈' 바이러스에 사람들이 감염된 세상, 뉴월드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본 설정을 인물의 머리 위에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투명한 연기처럼 피어나는 모습으로 시각화한다.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할 때마다 이 환영은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커졌다가 작아지고를 반복한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이런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쉽지만은 않다.
이야기는 이런 노이즈 현상을 겪는 토드(톰 홀랜드)가 어느 날 우주선을 타고 불시착한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뉴월드의 통치자인 시장은 바이올라를 구조하러 올 우주선을 탈취하려 하고, 토드와 바이올라는 생존을 위해 죽기 살기로 도망친다.
주인공들이 쫓기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다 보니 영화는 긴장감으로 꽉 채워져 있다. 노이즈 현상은 거짓말로 위기를 넘겨야 하는 순간에 복병이 되고, 바이올라에게 호감을 느끼는 토드의 속마음을 불쑥불쑥 드러내 웃음을 유발한다.
여기에 더해 목표 지점을 향해 내달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맨몸 액션도 볼거리다.
주연 배우의 캐스팅이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토드를 연기한 톰 홈랜드는 전작 '스파이더맨',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으로 국내에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다. 그는 영화 속에서 풋풋한 사춘기 소년의 순수함과 맨몸으로 위협을 하나둘씩 헤쳐나가는 영웅적인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바이올라를 연기한 데이지 리들리는 금발의 단발머리로 '제5원소'(1997)에서 주황색 단발머리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밀라 요보비치가 떠오르는 듯한 신비로움을 뿜어낸다.
영화는 여성은 노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뉴월드에 단 한 명의 여성도 살고 있지 않은데는 무언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내비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비밀의 실체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다소 답답한 마음을 안고 극장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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