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유인수·이유미 "좀비보다 더한 빌런이었죠"

귀남 역 유인수 "사냥 직전의 맹수 눈빛 느낌 내려 노력"
나연 역 이유미 "완벽한 악은 없을 수 있다는 희망 이야기"

강애란

| 2022-02-15 09:19:01

▲ 왼쪽부터 유인수, 이유미 [매니지먼트 구·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배우 유인수 [매니지먼트 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배우 이유미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 우리 학교는' 유인수·이유미 "좀비보다 더한 빌런이었죠"

귀남 역 유인수 "사냥 직전의 맹수 눈빛 느낌 내려 노력"

나연 역 이유미 "완벽한 악은 없을 수 있다는 희망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여러 명의 학생이 주인공이지만 그 가운데도 빌런(악당) 역으로 활약한 배우 유인수(24)와 이유미(28)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유인수는 인간의 지능과 좀비의 폭력성을 지닌 절반만 좀비인 이른바 '절비' 윤귀남 역을, 이유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같은 반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여학생 이나연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좀비보다 더 악랄하고 냉혹한 빌런으로 극의 공포감과 긴장감을 이끌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유인수는 "귀남이 드라마에서 큰 열쇠가 되는 인물일 것 같아 부담이 있었다"며 "(원작) 웹툰에서도 워낙 인상이 강한 캐릭터라 어떻게 표현할지 걱정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원작에서 귀남은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 사이코패스 같았지만, 저는 귀남을 악인이 된 여느 평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평범한 인물이 주체할 수 없는 힘을 얻어 최강자가 됐을 때, 스스로는 그 상황을 즐기지만 제3자가 볼 때는 괴물이 되어가는 그런 부분을 그리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귀남은 효산고 일진 패거리 2인자로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과학 선생님의 아들을 괴롭혀온 원흉이다. 여학생의 알몸 동영상을 찍는 만행을 저지르는 등 못된 짓을 일삼았다.

절비가 된 이후에는 자신을 무시했던 일진 패거리의 1인자를 비롯해 여러 명의 학생을 죽음으로 몰고, 자신의 한쪽 눈을 찌른 청산(윤찬영 분)에 대한 집착을 보이며 끊임없이 공격을 가한다.

유인수는 "귀남이 절비가 되면서 얻게 된 힘, 그 상황을 즐기고 과시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친구들이 살아남고자 하는 희망을 억제하는 그런 장애물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 눈으로 연기를 해야 했는데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눈빛 연기에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며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사냥 직전의 맹수들의 동공이 빠르고 섬세하게 움직이는데, 그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을 공격하는 역할이다 보니 유독 액션 장면이 많았다. 학교 옥상에서, 도서관 책장 위에서 여러 차례 떨어지고, 내달렸다. 이를 위해 유인수는 3개월간 액션스쿨에 살다시피 하며 액션 연기를 익혔다고 했다.

목을 앞으로 쭉 뺀 '거북목'을 하고 껄렁껄렁 걷는 걸음걸이,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울프컷' 헤어스타일 등 외형에서도 메인 빌런의 공포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귀남이 살아남으려는 학생들 외부에서 위협을 가하는 존재였다면, 이유미가 연기한 나연은 학생들 내부에서 빌런으로 역할 했다.

부잣집 딸인 나연은 임대아파트에 사는 동급생 경수를 거지, '기생수(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고 부르고, 위기 상황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도 남 탓만 한다.

지난 14일 화상으로 만난 이유미는 "나연이는 어린 시절을 벗어나지 못한 어떤 체계가 덜 잡힌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동시에 인간의 가장 극단적인 본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극 중 나연은 경수가 감염자라는 자신의 주장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좀비 피가 묻은 손수건으로 경수의 긁힌 상처를 닦는다. 결국 사실이 밝혀지고, 친구들에게 외면받은 나연은 "기댈 데가 없네"라는 쓸쓸한 대사를 내뱉으며 피난처였던 방송실에서 홀로 나온다.

이유미는 "나연이만의 아픔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연이는 친구들과 같이 있지만, 같이 있지 않은 느낌을 주는 인물로 속으로는 모든 친구와 잘 지내는 경수가 부러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악행을 저질러서라도 자신의 말이 맞다는 점을 확인시키고 싶고, 소속감을 얻고 싶었을 것 같다"며 "연기를 하면서 나조차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 늪에 빠진 듯한 감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어찌 보면 나연이는 드라마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이재규 감독의 연출 의도와 딱 맞아떨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나연이는 친구를 일부러 감염시키는 천인공노할 일을 벌이기도 했지만, 후반에 가서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다.

이유미는 "나연이가 마지막에 친구들을 위하는 그런 마음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완벽한 악은 없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라고 생각한다"며 "서로가 서로를 위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게 사람인데, 나연이에게서 그런 부분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빌런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두 사람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역할이기에 욕하는 반응이 많지만, 연기에 대한 호평도 따라붙는다.

유인수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수는 4만명대에서 130만명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앞서 출연한 '오징어 게임'으로 얼굴을 알린 이유미 역시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미는 '오징어 게임'에서 삶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이는 240번 참가자 지영을 연기했다.

유인수는 높아진 관심을 실감하냐는 질문에 "어안이 벙벙하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불안한 마음도 있다"며 "저를 포함해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몸과 마음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너무 좋다"고 했다.

이유미 역시 "지난해 '오징어 게임', 올해 '지금 우리 학교는'이 사랑받아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라며 "부담도 크지만, 그만큼 노력해서 더 좋은 연기를 하면 된다고 마음을 다잡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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