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도로 걷어내자 '300년 된' 암태도 노둣길 드러나

해수 유통 단절로 갯벌 생태계 훼손, 퇴적량 급증 이유

조근영

| 2023-10-31 09:10:00

▲ 30년전 주민들이 이용했던 노둣길 모습 [신안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신안 암태도-추포도 잇는 '추포대교' [연합뉴스 자료]

콘크리트 도로 걷어내자 '300년 된' 암태도 노둣길 드러나

해수 유통 단절로 갯벌 생태계 훼손, 퇴적량 급증 이유

(신안=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300년 된 전남 신안군 암태도 노둣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노둣길은 연륙교가 없는 섬의 유일한 출입구다.

암태도와 추포도를 잇는 무려 2.5km에 달하는 국내 최장길이의 징검다리로 주민들이 손수 돌을 놓아 만들었다.

갯벌 훼손을 최소화하며 길을 만든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갯벌에 묻혀 30년 가까이 볼 수 없었던 이 노둣길이 최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안군이 이 노둣길 옆으로 28년 전 건설한 콘크리트 노둣길을 철거하면서다.

통행량 증가에 따른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 노둣길 옆으로 콘크리트 노둣길을 설치했지만, 추포대교 건설로 사용하지 않게 되자 걷어낸 것이다.

이 콘크리트 노둣길로 해수 소통이 단절돼 주변 갯벌의 환경이 변화하기 시작되자 군은 철거를 결정했다.

갯벌의 퇴적량이 급증해 고도가 높아지면서 칠게와 낙지 등 갯벌 수산물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생물다양성 훼손의 문제가 발생했다.

신안군은 갯벌생태계 회복과 지역주민의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 지난 2021년 추포대교 개통과 동시에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에 들어갔다.

노둣길을 철거한 지 3개월이 지난 현재 과퇴적된 갯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군은 전했다.

해수 유통이 원활해지면서 갯벌은 원래의 상태로 회귀하고 있다.

과거 선조들의 노둣길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다.

갯벌의 최상위 포식자인 낙지와 낙지의 먹이원인 칠게, 갯벌의 정화자인 짱뚱어도 돌아오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탄소중립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블루카본인 갯벌은 선조들의 현명한 갯벌 이용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가 모두 지켜나가야 하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신안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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