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 중년의 화끈한 판타지…안방에 분 '아저씨' 바람

'김부장'·'오십프로'…소시민 중년의 통쾌한 반전
'아저씨 어벤져스' 연대에 공감…웹툰 원작 증가·TV 시청층 고령화도 영향

장진리

| 2026-07-15 09:13:41

▲ SBS '김부장' 포스터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SBS '김부장' 스틸 [SBS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MBC '오십프로' 포스터 [M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짠내 중년의 화끈한 판타지…안방에 분 '아저씨' 바람

'김부장'·'오십프로'…소시민 중년의 통쾌한 반전

'아저씨 어벤져스' 연대에 공감…웹툰 원작 증가·TV 시청층 고령화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늘면서 방송계에 다시 '아저씨'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은 회사와 가정의 무게를 견디는 소시민인 동시에, 과거의 능력을 되살려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적 인물로 모습을 바꿨다.

◇ "안경 쓴 아저씨" 알고보니 능력자…강력해진 'K-아저씨'

'김부장'은 방송 6회에서 최고 시청률 22.3%를 기록하며 역대 SBS 금토드라마 시청률 2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웹툰을 원작으로 특수요원 출신 김부장(소지섭 분)이 힘을 숨기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다 딸이 실종되는 사건을 계기로 정체를 드러내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내가 죽고 딸 민지(서수민)를 홀로 키우는 김부장은 집에선 딸의 방에 출입 금지를 당하고, 회사에선 융통성 없는 '꼰대'로 여겨진다.

자식을 위해 어떤 일도 참아내던 그는 딸이 납치되자 살벌한 본능을 봉인 해제한다. "그냥 안경 쓴 아저씨"였던 김부장이 '슈퍼맨'처럼 안경과 양복 뒤에 숨겨둔 능력을 꺼내 악인을 거침없이 응징하는 모습은 팍팍한 현실 속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지난달 종영한 MBC '오십프로'도 왕년에 잘 나갔던 세 중년이 주인공이다. 괄시받는 가장인 중국집 주방장, 사고뭉치 조카를 뒷바라지하며 사장의 괴롭힘을 견디는 회사원, 매출에 집착하는 편의점 사장은 각각 국정원 블랙 요원, 북한 특수 공작원, 조직폭력배였던 과거가 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고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이들이 반전 배경을 둔 인물이란 점에서 '김부장'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에는 대기업에 다니는 50대 직장인이 좌천, 퇴직, 부동산 사기 등을 겪으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주목받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사회의 등뼈를 이루는 이른바 '아저씨'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는 사회적 애환이나 소시민적 어려움에 시청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다"며 "평소 시원하게 폭발하지 못했던 시청자들이 소시민 주인공을 통해 느끼는 후련함과 대리만족이 흥행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 연대하는 '아저씨 어벤져스'…"중년 네트워킹이 주는 핍진성"

과거에도 tvN '나의 아저씨'(2018)가 중년의 삶을 조명해 많은 시청자에게 '인생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이 삶의 무게를 버티는 중년 남성과 팍팍하게 사는 젊은 여성이 서로의 삶을 치유하는 과정을 다뤘다면, 최근 '김부장'과 '오십프로' 등은 중년의 연대를 적극 활용했다.

'김부장'에선 특수요원 출신 김부장,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성한수(최대훈), '전장의 신'이라 불린 파병군인 출신 박진철이 힘을 합친다.

성한수, 박진철은 "민지가 납치됐어"라는 김부장의 말 한마디에 친구의 딸을 찾기 위해 목숨까지 건다.

김부장이 주먹 한 방으로 상대를 때려눕히는 '먼치킨'(압도적으로 강한 캐릭터)으로 그려지지만, 그가 마음껏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두 사람의 조력 덕분이다.

'오십프로'도 신하균, 오정세, 허성태가 각각의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년의 연대를 보여준다.

갱년기 변화, 생계 고민 등에 발목 잡혔던 세 사람은 공조를 통해 과거의 모습을 되찾고, 오래 전 실패한 임무를 완수해낸다.

전문가들은 주인공과 사이드킥(주인공의 조력자)으로 이뤄진 3인 구도가 서사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부성애 같은 감성적 소재를 액션과 스릴러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매력도를 더 높이는 것은 3인의 구도"라며 "각각의 캐릭터가 역할 분담을 하면서 서사를 단순하고 흥미롭게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드라마 속 중년 남자들의 네트워킹이 현실과 연결되면서 주는 핍진성이 있다"며 "서사적으로도 2인의 버디물보다 3인이 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웹툰 IP가 부른 중장년물 인기…TV 시청층 고령화도 영향

중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 제작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업계에선 이러한 흐름이 사회 고령화와 TV 드라마 시청층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한다.

이 교수는 "방송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보다는 시청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며 "시장 관점에서 바라볼 때 시청자 타깃 확장에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김부장'과 같이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증가하면서 빠른 전개 속 강력한 힘을 지닌 '먼치킨' 주인공이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교수는 "웹툰, 웹소설에서 '힘숨찐'(힘을 숨긴 진짜 주인공) 서사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며 "인물이 숨겨둔 엄청난 힘을 빠른 전개로 단시간에 보여주기 위해 '은퇴한 실력자의 복귀'라는 판타지를 동원하면서 중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년의 반전이 캐릭터의 성장을 단축하는 동시에 통쾌한 '사이다'를 제공하는 장치로도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전의 중년을 다룬 드라마 제작은 계속 이어진다. 오는 31일 첫선을 보이는 MBC '유부녀 킬러'는 평범한 워킹맘과 악질 범죄자를 처단하는 전설의 저격수 '킹피셔'를 오가는 유부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 평론가는 "앞으로도 생활에 찌든 현실에 열패감을 느끼는 중년 세대를 자극하는 호쾌한 작품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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