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래
| 2023-07-02 09:00:06
명징한 언어로 그린 순수한 자연…최두석 시집 '두루미의 잠'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새를 본다는 것은 / 종마다 서로 다른 부리를 확인하는 것 / 그 부리로 무얼 먹나 궁금해하는 것 / 먹어야 사는 생명이 / 팔 대신 날개 달고서 / 얼마나 더 자유로울 수 있나 살펴보는 것"(최두석 시 '새를 본다'에서)
최두석(67) 시인이 최근 펴낸 여덟번째 시집 '두루미의 잠'에는 '새를 본다' 등 자연의 세계를 관조하고서 쓴 시 66편이 실렸다.
관조(觀照)란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이라는 뜻. 시인에게 있어 자연을 보는 행위는 그러나 '관조'의 사전적 정의처럼 마냥 고요한 마음 상태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자연 속 동·식물이 순리에 따르는 삶을 보며 이를 찬탄하면서도 한 발 더 나가 그 자연에 감정을 깊이 이입시킨다. 한탄강이 쩍쩍 얼어붙는 겨울밤 두루미들이 얼어 죽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맘에 시인은 눈과 발목이 시리다.
"자면서도 두루미는 / 수시로 발을 바꿔 디뎌야 한다 / 그래야 얼어붙지 않는다 / 그걸 잊고 발목에 얼음이 얼어 / 꼼짝 못하고 죽은 새끼 두루미도 있다"('두루미의 잠'에서)
시적 화자의 이런 자연과의 동화(同化)로 자연은 한층 생생한 목소리를 획득한다.
어느새 시인은 스스로 엄천강의 수달이나 산목련이 되어 노래하기도 한다.
"나는 떨군 꽃잎이 / 쓰레기가 되어 발길에 밟히는 게 싫어 / 산 속에 산다네 (중략) / 사람들의 번거로운 눈길에서 벗어나 / 아는 이만 맡게 되는 향내는 / 한층 그윽하고 깊다네."('산목련이 백목련에게'에서)
자연의 대척점에는 그 자연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파괴하는 인간이 있다.
자연에 대한 시인의 애정은 인간이 구축한 거대한 인공물에 대한 준엄한 질타로 이어지기도 한다.
"댐의 수명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의 목젖을 적시고 / 얼마나 많은 목숨을 품어 기르면 / 네가 태어나면서 지은 죄 씻을 수 있을까."('충주호'에서)
자연의 순수한 세계를 노래한 최두석의 시들이 평이하게 읽힌다면 그것은 자연 앞에서 겸허한 태도와 더불어 군더더기 하나 없는 간명한 언어 덕분일 것이다.
문학평론가 박혜경은 해설 '시인과 자연이 함께 쓰는 시'에서 "시인의 노래는 격정이 아닌 순정, 욕망이 아닌 비움의 상태를 향해간다"며 "'두루미의 잠'은 시인이 만난 순정한 자연의 세계를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언어들로 그려내고 있는 시집"이라고 평했다.
문학과지성사.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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