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8-04 09:00:01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00년 넘게 제자리를 지키며 사찰에서 '근심을 푸는' 공간이 된 뒷간 즉, 해우소(解憂所)가 국가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순천 선암사 측간',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 등 3건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4일 예고했다.
해우소는 사찰에서 화장실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승려들이 함께 지내는 공동체의 생활 규범과 수행 문화가 반영돼 사찰의 생활 민속을 잘 보여주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통도사 극락암의 경봉 스님(1892∼1982)이 처음 해우소라는 말을 썼으며, 근심이나 걱정을 다 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에 지정 예고한 해우소 3곳은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지붕 종도리 하부에 적힌 글을 보면 영월 보덕사 해우소는 1882년, 합천 해인사 국일암의 해우소는 1910년에 각각 건립된 것으로 확인된다.
순천 선암사 측간은 일제강점기 당시 사진, 1928년에 수리한 흔적 등을 볼 때 1920년대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3곳 모두 건립 이후 지금까지 100년 넘게 원래 자리와 형태를 지키며 실제로 쓰이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세 해우소는 통풍과 채광까지 고려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모두 경사지를 이용해 앞면은 단층, 뒷면은 중층의 누각 형태로 조성했으며 문 없이 가슴 높이의 칸막이를 두는 개방형 구조다.
눈높이에 맞춰 설치한 살창(가는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 빛과 바람을 통하게 하고 안쪽은 적당히 가려주도록 만든 창)으로 채광과 환기, 조망도 더했다.
분뇨를 왕겨, 낙엽 등과 함께 발효시켜 밭의 거름으로 되돌리는 전통 방식은 자원 순환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해우소가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되는 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은 "사찰의 신앙 공간뿐 아니라 수행 공동체의 생활 문화가 담긴 공간까지 국가유산의 범위를 넓혀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국가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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