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속 근심 내려놓은 공간…사찰 해우소, 민속유산 됐다

순천 선암사 측간 등 3곳 국가유산 지정…수행 공동체 생활문화 간직

김예나

| 2026-09-30 09:00:02

▲ '순천 선암사 측간'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순천 선암사 측간' 내부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월 보덕사 해우소'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하며 사찰에서 근심을 내려놓는 공간으로 여겨져 온 '뒷간'이 국가유산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순천 선암사 측간', '영월 보덕사 해우소',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 등 3곳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해우소(解憂所)는 사찰에서 화장실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승려들이 함께 지내는 공동체의 생활 규범과 수행 문화가 반영돼 사찰의 생활 민속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한국전쟁 이후 통도사 극락암의 경봉 스님(1892∼1982)이 처음 해우소라는 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근심이나 걱정을 다 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해우소는 건립 시기가 명확하고 초기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보덕사 해우소는 1882년,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는 1910년에 지어진 것으로 파악되며 선암사 측간은 일제강점기 당시 사진, 1928년에 수리한 흔적 등이 남아있다.

국가유산청은 "건립 이후 지금까지 100년 넘게 원래의 자리와 형태를 지키며 실제로 쓰이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해우소에 담긴 건축적 특징도 연구 가치가 크다.

세 해우소는 경사지를 이용해 앞면은 단층, 뒷면은 중층의 누각 형태로 조성했으며 문 없이 가슴 높이의 칸막이를 두는 개방형 구조다.

눈높이에 맞춰 살창(가는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 빛과 바람을 통하게 하고 안쪽은 적당히 가려주도록 만든 창)을 설치해 채광과 환기, 조망을 고려했다.

사찰 해우소가 국가지정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은 "사찰의 신앙 공간뿐 아니라 수행 공동체의 생활 문화가 담긴 공간까지 국가유산의 범위를 넓혀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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