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 2026-08-27 09:00:00
(아크라[가나]=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로 훼손되는 아프리카 가나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존 지원에 공식 착수했다.
한국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가나 수도 아크라 시청에서 노예무역의 장소였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가나의 성채'(Forts and Castles of Ghana)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보존하는 프로젝트인 '가나 그레이터아크라주 문화유산 기후변화 대응 역량 강화' 착수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경식 주가나 한국대사와 홍현익 유네스코한국위 사무총장, 아블라 지파 고마시 가나 문화관광창의예술부 장관 등 양국 관계자가 참석했다.
가나의 세계유산 성채 보존을 위한 한-가나 기후변화 문화유산 사업은 기후변화 분야에서 한국이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에 나서는 첫 사례다.
박 대사는 기념사에서 "역사를 잘 기억해야 되풀이하지 않는다. 가나의 다음 세대가 성채를 지속해 기억해야 한다"며 "그동안 한국은 가나를 위해 다리를 짓는 등 물리적인 지원을 했는데 유산 보존 협력은 이번이 처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유산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은 유산을 사랑하는 사람과 그 유산을 품고 살아가는 지역사회에서 나온다"며 "한국과 가나가 동등한 파트너로 손을 잡고 현지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번 협력이 기후위기 시대 세계유산 보존의 선도적인 모범 사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마시 문화부 장관은 "이 사업은 우리가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공동 책임의 중요한 장을 여는 것"이라며 "한국이 가나 기구와 지역사회에 보여준 전문성과 의지에 크게 감사한다"고 했다.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올해 18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개시했다.
이날 착수식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 출장단 직원인 강규민 씨가 가나 국립교향악단 단원들과 해금 협연으로 한국의 '홀로 아리랑'과 가나 전통 민요 '우야야'를 연주했다.
가나의 성채는 1482년부터 1786년까지 유럽 열강이 가나 해안에 세운 요새와 성이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가나 동부 케타에서 서부 베인까지 약 500㎞ 해안선을 따라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덴마크, 스웨덴, 독일이 축조한 성곽과 요새 등 총 28곳이 남아 있다.
이곳들은 본래 금과 상아를 거래하던 교역 거점이었다.
대서양 노예무역이 본격화된 17세기 이후에는 대서양 노예무역의 역사가 새겨진 곳으로 전 세계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에게 역사적 기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가나 성채는 최근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등으로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유적의 보존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성채가 지속해서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 1996년 유네스코에 처음 보고된 이후 손상은 이어지고 있다.
성채가 해안가에 자리한 탓에 2019년에는 지붕 일부가 날아가는 피해가 발생했고, 2021∼2022년에는 폭우로 외벽이 일부 무너지거나 침수되기도 했다.
특히 28곳 중 가나 남동부 그레이터아크라 지역에 있는 제임스 요새(James Fort), 어셔 요새(Ussher Fort), 버넌 요새(Fort Vernon) 등 6곳은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숙련 인력 부족과 연구·조사 역량 미흡, 제도적 기반 취약 등으로 가나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네스코한국위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적 6곳의 3차원(3D) 도면을 작성하는 등 유적 현황을 조사한다.
이 결과를 참고해 가나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예측하는 지도, 모니터링 체계도 함께 구축한다. 위험 데이터 구축에 필요한 장비도 제공한다.
유네스코한국위는 현지 관계자와 함께 이미 성채 6곳의 기후위험 기초조사도 이달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가나 현지 인력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지난달 관련 부처와 기관의 고위급 정책 결정자 6명을 한국에 초청해 2주간 정책연수를 진행했다.
이달에는 아크라 현장에서 성채 현장 관리자 20명을 대상으로 실무교육을 했다. 오는 10월 이들 가운데 선발된 6명이 한국에서 7주간 기술 연수를 받는다.
유네스코한국위는 "기존 복원 사업이 개별 성채의 손상 부위를 복원·보수하는 물리적 응급조치 중심의 사후적 접근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데이터베이스와 취약성 분석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통합 보존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사전적·예방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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