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전 일제가 훼손한 덕수궁 중문 '조원문' 흔적 첫 확인

발굴 조사서 기단석·건물 기초 등 확인…"복원 위한 결정적 단서"
1904년 대화재서 살아남은 역사…2029년까지 복원·3문 체계 회복

김예나

| 2026-04-09 09:00:04

▲ 1904년 대화재 이전의 경운궁과 조원문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1904년 대화재 이전의 경운궁과 조원문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경운궁 중건 배치도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발굴 조사 후 확인된 조원문 위치와 궁장, 소방계, 이왕직사무소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덕수궁 중화전 및 중화문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덕수궁 전경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10년 전 일제가 훼손한 덕수궁 중문 '조원문' 흔적 첫 확인

발굴 조사서 기단석·건물 기초 등 확인…"복원 위한 결정적 단서"

1904년 대화재서 살아남은 역사…2029년까지 복원·3문 체계 회복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과거 궁궐을 지을 때는 그 위엄과 질서를 드러내고자 3개의 문을 차례로 배치했다. 이른바 삼문(三門) 체계다.

지금의 덕수궁, 즉 경운궁 역시 대안문(현재 대한문)을 지나 조원문, 중화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조성해 궁궐의 격식을 갖췄다.

일제강점기 사라진 덕수궁 조원문의 흔적이 발굴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조원문 권역을 조사한 결과, 1910년대 일제에 의해 훼철된 조원문의 건축적 실체를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조원문은 과거 경운궁의 중문으로 쓰였다.

1902년 중화전을 중층으로 건립할 당시 중화문과 조원문을 함께 세웠다. 당시 황궁의 중심 공간으로 중화전을 조성하면서 궁궐의 격을 갖추려 한 것이다.

국가유산청이 2020년 펴낸 '대한제국 황제의 궁궐' 도록은 "대안문과 중화문 사이에 조원문이 건설됨으로써 대안문-조원문-중화문으로 연결되는 3문 체제가 완성됐다"고 설명한다.

1904년 4월 경운궁을 뒤덮은 화마로 중화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이 불에 탔을 때 조원문은 가까스로 피해를 모면했으나, 1910년대를 지나며 사라졌다.

이번 조사에서 궁능유적본부와 호서문화유산연구원은 건물의 기초가 되는 단을 만든 기단석, 모서리석 등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를 찾아냈다.

과거 경운궁을 공사하면서 남긴 '경운궁 중건 배치도', 1900년대 촬영한 사진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조원문 배치와도 일치한다고 궁능유적본부는 전했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조원문과 관련한 유구가 처음 확인된 것"이라며 "문헌과 사진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조원문의 건축적 실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원문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자리 주변에서는 궁궐 담장의 기단, 궁궐에서 화재 예방과 초기 대응을 위해 설치된 시설인 소방계(消防係) 건물 흔적도 나왔다.

일제강점기 당시 궁내부 대신 산하에서 조선 왕실의 사무를 맡아 보던 관청인 이왕직사무소 건물로 추정되는 시설 흔적 일부도 발견됐다.

궁능유적본부는 "근대기 덕수궁 공간 구조의 변화와 활용 양상을 파악할 의미 있는 학술적 성과"라며 "복원을 위한 결정적 단서를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궁능유적본부는 덕수궁 복원·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올해 조원문 권역 복원·정비를 위한 설계를 본격화하고 단계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복원·정비 작업은 2029년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궁능유적본부는 "덕수궁의 삼문 체계를 회복하고, 그 가치를 국민에게 보다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덕수궁은 1897년에 선포된 황제국,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제9대 임금인 성종(재위 1469∼1494)의 형 월산대군이 살던 사저였으나, 임진왜란 이후 임시 궁궐로 쓰이며 '정릉동 행궁'으로 불렸고 1611년 경운궁이 됐다.

대한제국의 황궁으로서 전통 건축물과 서양식 건축물이 조화를 이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대부분의 건물이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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