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현
| 2026-09-24 09:00:10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다음 달 8∼25일 열리는 '2026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주목한 '화성학 실습'은 '공동체 속 진정한 조화'가 무엇인지 묻는 퍼포먼스 음악극이다.
서양 음악의 기초 이론인 화성학(harmony)을 기반으로 음악과 연극, 무용, 미디어아트를 결합해 대립과 갈등이 깊어지는 오늘의 공동체가 구성원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작품을 기획한 김재훈 연출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이 추구하는 조화는 완결된 정답이나 결론이 아니라, 끊임없이 시도하고 익혀 나가는 연습과 실천(Practice)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중요한 것은 조화로운 결과가 아니라 조화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취지다.
김 연출의 이 같은 작품 철학은 작품명인 '실습'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김 연출은 "조화는 단번에 도달하는 평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계속 함께 머물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연습"이라고 말했다.
김 연출은 특히 '조화'의 목표가 서로의 차이를 지워버리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기 다른 소리가 사라지지 않은 채 함께 울리는 공동체를 상상하고자 한다"며 "불편함이나 다름을 배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조화의 태도, 그리고 서로가 연결되고자 하는 태도가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낯선 요소를 지우거나 정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편하고 낯선 것들이 사라지지 않은 채 관계 속에서 어떤 울림을 만들어낼지 확인해보려 했다"며 "단정하게 조율되지 않은 낯선 소리가 만드는 또 다른 조화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화를 위한 구체적 실천으로는 '타자의 아픔과 고통의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일'을 꼽았다.
김 연출은 "타자의 고통을 회피하지 말고 직시하고,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그 고통의 맥락을 공부해야 한다"며 "타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도 작은 상처를 만들고, 그 상처를 통해 다시 타자와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은 화성학이 만들어 온 질서가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해왔는지에도 시선을 둔다.
김 연출은 "전쟁과 갈등이 심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조화롭게 연결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인류의 오래된 음악 이론인 화성학 속에서 찾는 작품"이라며 "서양 음악의 전파 과정에서 특정한 질서가 타자의 소리를 통제하거나 지워왔던 방식을 무대의 공연 언어로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화성학 실습'의 궁극적인 목표는 관객이 공연에서 느낀 이러한 관용적인 감각이 공연장 밖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김 연출은 "공연장을 나설 때 저희가 준비한 이 같은 작은 감각이 삶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가만히 이어지길 바란다"며 "불편했던 소리를 배척해야 할 소음으로만 치부하기보다, 우리가 함께 새로운 화음을 만들어갈 독자적인 또 다른 음으로 바라보는 예술적 상상력을 품어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성학 실습'은 다음 달 9∼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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