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째 제주 덮친 괴소문…결국 '근거 없었다'

올레길 납치설·연쇄실종설 사실무근…이번엔 장기밀매설까지
"근거 없는 괴담, 제주관광 불안 요인…강력히 법적 대응해야"

변지철

| 2026-09-05 09:00:08

▲ 시신 발견 현장 출입 통제하는 경찰 (제주=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30대 여성 장 모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이 시신이 발견된 수원리의 야자수 농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18년 예멘 난민 문제 당시 온라인에 확산한 제주실종 괴소문 (제주=연합뉴스) 2018년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에는 '제주 연쇄 실종'이라는 게시물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했다. 예멘 난민이 제주에 들어온 뒤 한 달간 여성 변사체 6구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지만 일부 사례는 중복되거나 사실이 아니었고 실제 변사사건에서도 타살 혐의는 없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최근 SNS에 등장한 '실종의 섬, 제주도' 게시물 (제주=연합뉴스) 최근 온라인에서는 실종자들의 발견 장소와 시점을 한데 모은 이른바 '제주 실종 지도'가 등장했다 서로 다른 사건을 하나의 범죄와 연관 짓는 추측이 뒤따랐지만 뒷받침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SNS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시신 발견 장소 옆 지나는 도보 여행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실종 사건에 불안 커진 제주…유관기관 안전대책 논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까지 뒤따르면서 '안전한 관광지 제주'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 올레길 살인사건 당시 여성 납치설과 예멘 난민 사태 당시 연쇄실종설부터 최근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을 계기로 등장한 장기밀매설까지 내용은 달랐지만, 확인 결과 사실무근이거나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실제 사건과 뒤섞여 확산하면 제주 전체가 위험하다는 공포를 키우고 관광업계와 자영업자 등 제주도민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만큼 근거 없는 괴소문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건 터지면 괴소문…10여년째 반복

제주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뒤 근거 없는 괴소문이 뒤따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7월 혼자 제주 올레길을 걷던 40대 여성 관광객이 살해된 뒤에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 9명이 제주에서 여성 2명을 납치했다'는 괴소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여중생이 친구에게 들은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된 사실무근의 소문이었다.

2018년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에는 '제주 연쇄 실종'이라는 게시물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했다.

예멘 난민이 제주에 들어온 뒤 한 달간 여성 변사체 6구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지만 일부 사례는 중복되거나 사실이 아니었고 실제 변사사건에서도 타살 혐의는 없었다.

서로 관련 없는 사건을 하나로 엮어 마치 연쇄 범죄가 벌어진 것처럼 불안감을 키운 것이다.

2019년 고유정 전남편 살인사건 당시에도 각종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렌터카 업체가 피해를 봤다.

7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양상이 다시 나타났다.

지난 5월 제주시 한림읍에서 실종 신고된 30대 여성 장모 씨 사건을 담당 경찰관이 실제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허위 종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장씨는 실종 100일여 만인 지난달 24일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사이 장씨를 포함해 앞서 실종 신고된 4명이 제주시 한림읍과 애월읍, 조천읍, 구좌읍에서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자 온라인에서는 이들의 발견 장소와 시점을 한데 모은 이른바 '제주 실종 지도'가 빠르게 확산했고, 서로 다른 사건을 하나의 범죄와 연관 짓는 추측이 뒤따랐다.

일부 유튜브와 SNS에서는 '제주에 장기밀매 조직이 있다'거나 특정 국가와 경찰이 유착돼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나왔다. 한국인 감금 범죄가 발생한 캄보디아에 제주를 상징하는 귤을 합친 '귤보디아'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숨진 채 발견된 4명의 사건이 서로 관련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기밀매 조직이 개입했다거나 특정 국가 또는 외국인 범죄와 관련됐다는 주장 역시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올레길 사건 당시 납치설과 예멘 난민 당시 연쇄실종설 역시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뒤따르고, 개별 사건에 대한 불안이 제주 전체의 치안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은 10여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에는 SNS와 유튜브 등을 타고 괴소문이 빠르게 확산하고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달로 허위정보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어 과거보다 사실과 거짓을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 "안전망 허점 바로잡되 근거 없는 공포 확산 막아야"

근거 없는 괴소문과 별개로 최근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에서 드러난 안전 문제는 철저히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실종자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정확하게 보고해야 할 담당자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실종 대응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사건의 핵심을 벗어나 서로 무관한 사건을 연결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사실처럼 퍼뜨리는 것은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

특히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제주에서 '범죄가 들끓는 섬', '여행하면 위험한 곳'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인식이 확산하면 그 피해는 관광업계와 자영업자는 물론 제주도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 사이에 '불안하다', '밤에 돌아다니기가 겁난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여행업계에서는 사건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제주 여행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주도관광협회도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정보가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며 "마치 제주 전체가 위험한 지역인 것처럼 규정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 건의 사건과 사고도 관광객에게는 큰 불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관광 현장의 안전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관광정책 전문가인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는 "과거에는 태풍과 같은 자연재난이나 전염병 등이 제주 관광의 불안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근거 없는 괴담과 가짜뉴스가 관광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며 "관광은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물과 같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유형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알리고, 제주가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안전한 곳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특히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허위정보 등 터무니없는 괴소문에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제 안전망의 허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공지능 기반 폐쇄회로(CC)TV 전환율을 2030년까지 75%로 높이고 영상 보관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혼자 제주를 찾는 여행객을 위한 '안심여행기구' 개설도 추진한다.

올레길과 해안가, 오름 등 인적이 드문 곳의 순찰을 확대하고 관광객 밀집 지역의 어두운 구간에는 가로등과 조명을 보강하기로 했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안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도민의 일상뿐 아니라 제주 관광과 지역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훈 제주도의회 의장도 "제주의 치안 체계를 촘촘히 살펴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제주를 만들어야 한다"며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확인된 안전망의 허점은 철저히 고치고 사실과 다른 괴소문이 제주 전체에 대한 공포로 확대되지 않게 하는 것 모두 '안전한 제주'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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