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국인 렌터카' 10년째 논란…관광이냐 안전이냐

렌터카 사고 11.4%로 전국 최고…교통안전 우려 여전
"단순 찬반 공방 넘어 사회적 공감대와 철저한 준비 거쳐 개방해야"

변지철

| 2026-07-12 09:00:33

▲ 제주공항 렌터카 주차장으로 향하는 관광객들 (제주=연합뉴스)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대합실을 빠져나와 렌터카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주도 민선 9기 첫 확대간부회의 [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용두암 찾은 중국 단체관광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주공항 렌터카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주목관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주서 렌터카 전복…관광객 2명 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 화창한 제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 '중국인 렌터카' 10년째 논란…관광이냐 안전이냐

렌터카 사고 11.4%로 전국 최고…교통안전 우려 여전

"단순 찬반 공방 넘어 사회적 공감대와 철저한 준비 거쳐 개방해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중국인 관광객에게 제주에서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는 방안이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인 렌터카 허용론은 2014년 처음 제기된 이후 관광 활성화를 위한 해법으로 여러 차례 제안됐지만, 교통안전과 보험·사고 책임 문제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10년 넘게 같은 논쟁만 이어지는 만큼 이제는 단순한 찬반을 넘어 제도 개선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민선 9기 첫 간부회의서 재점화…2014년부터 반복된 허용론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박천수 제주도 행정부지사의 발언이다.

박 부지사는 지난 2일 도청 탐라홀에서 열린 민선 9기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위성곤 지사가 관광객 소비를 늘릴 방안을 묻자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의 하나로 중국인 렌터카 문제를 꺼냈다.

박 부지사는 "외국인 개별 관광객의 많은 부분을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분들이 지금 렌터카를 이용 못 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단기간에 몇 시간 연수를 시켜서 운전하게 할 수 있다든지 규제 완화 차원에서 한번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부회의가 처음으로 생중계되면서 발언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등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는 지난 4일 설명자료를 내고 "중국인 관광객 렌터카 제한 완화는 검토되거나 결정된 정책이 아니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을 폭넓게 모색하는 과정에 나온 아이디어 차원의 언급"이라고 밝혔다.

또 단기 체류 외국인의 운전 허용은 국제협약과 법령 개정,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선행돼야 하는 사안으로 제주도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현재 부서 간 사전 논의나 실무적 검토도 진행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인 렌터카 허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던 2014년 제주도는 중국인 개별관광객(FIT)을 유치하기 위해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외국인 관광객 운전 허용 특례'를 추진했다.

중국 운전면허증을 가진 단기 체류 중국인에 대해 신분확인과 간이 학과시험, 적성검사, 교통안전교육 이수 등을 거쳐 제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90일짜리 임시 운전면허를 발급받아 렌터카 운전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다.

특례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2014년 11월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입법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2015년 4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 과정에서 보험 처리 준비 미흡과 교통안전 우려 등을 이유로 해당 조항이 삭제되며 무산됐다.

이후에도 허용론은 꾸준히 이어졌다.

2019년 10월 한중 양국이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됐고, 2024년 5월 열린 제주포럼에서는 당시 제주관광학회장인 김의근 제주국제대 교수가 "중국도 개별 관광객 시대로 전환했다. 도내 교통수단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는 제도개선을 다시 논의해야할 시점"이라며 렌터카 허용 제도 개선 재논의를 제안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중국이 발급한 운전면허를 인정하되 입국 시 신고 후 별도 임시 운전 증명서를 신청해 발급받도록 조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10여년 동안 제주도의 제도 개선 추진과 관광업계 제안, 정부 차원의 검토가 반복됐지만 어느 것 하나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논쟁만 되풀이됐다.

◇ 관광환경은 변했지만, 핵심 쟁점은 그대로…이제 제도 논의할 때

10년 사이 관광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관광시장이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관광객들은 자유로운 이동 수단을 요구하고 있다.

관광업계가 중국인 렌터카 허용 논의를 다시 꺼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반면 제도를 둘러싼 핵심 과제는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은 국제운전면허를 인정하는 '도로교통에 관한 국제협약'(제네바협약) 가입국이 아니어서 중국 운전면허만으로 국내에서 운전할 수 없다.

협약 밖에 있는 중국 면허는 국제운전면허증처럼 표준화된 검증 수단이 없어 면허 진위 확인부터 보험 가입 구조, 사고 운전자 출국 시 피해 보상을 담보할 방법까지 새로 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제주에서만 별도 특례를 적용하려면 제주특별법뿐 아니라 관련 법령 개정과 정부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거꾸로 한국인은 중국에서 임시 운전면허를 발급받아 렌터카를 운전할 수 있어 한중 간 '비대칭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형평성 논리도 허용론의 근거로 꼽힌다.

경찰청이 지난해 중국인 단기 체류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 허용을 검토한 배경에도 이 같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

교통안전은 가장 큰 과제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지역 렌터카 교통사고는 2천414건으로 26명이 숨지고 4천32명이 다쳤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렌터카 비율은 11.4%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두 자릿수를 기록한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크고 작은 렌터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제주시 서광로 서사라교차로 인근에서 렌터카가 버스전용차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옆으로 넘어져 20대 운전자가 다쳤고, 5월 2일에는 서귀포시 상예동 창천삼거리에서 음주 상태의 30대가 몰던 렌터카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차와 충돌하면서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에 자치경찰단이 5∼6월을 렌터카 교통사고 특별관리 기간으로 정해 사고 비중이 높은 20대와 운전 경력 1년 미만 운전자에 대한 대여 자격 확인을 강화하는 등 예방 활동에 나설 만큼 렌터카 안전은 제주의 현안이다.

여기에 렌터카 총량 관리, 교통혼잡, 도민 안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등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10여 년 간 같은 논쟁이 반복된 만큼 이제는 단순한 찬반 공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용론이 나올 때마다 찬성과 반대가 부딪히며 흐지부지되는 소모적 논쟁이 되풀이되면 관광 경쟁력 강화도, 교통안전 확보도 어느 것 하나 얻지 못한 채 같은 논란만 반복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변화한 관광환경과 법적 제도적 문제 등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도민과 관광업계, 전문가, 정부가 머리를 맞대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공감대를 거쳐 결론을 내리는 건전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광정책 전문가인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는 "단순히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렌터카 허용 찬반 논란을 떠나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며 "아무 준비 없이 당장 개방하기에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개별 중국인 관광객이 대중교통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현재의 불편을 줄이고, 동시에 중국인 관광객에게 제주의 교통 상황을 숙지시키는 교육, 도내 중국인 렌터카 허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관련 법령·제도 정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렌터카 허용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충분한 준비를 거쳐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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