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드라마도 '짧게' 본다…대세로 떠오른 '숏폼 드라마'

이병헌·이준익 등 유명 감독 숏드라마 제작 진출
아이돌·유명 배우 등 가세…국내 플랫폼도 늘어

고가혜

| 2026-03-08 09:00:08

▲ 레진스낵 숏드라마 '애 아빠는 남사친' [레진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준익 감독과 웹툰 '아버지의 집밥' 포스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및 네이버웹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숏드라마 '폭풍같은 결혼생활', '청소부의 두번째 결혼', '와인드업' 포스터 [드라마박스 및 테이크원컴퍼니 제공 사진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젠 드라마도 '짧게' 본다…대세로 떠오른 '숏폼 드라마'

이병헌·이준익 등 유명 감독 숏드라마 제작 진출

아이돌·유명 배우 등 가세…국내 플랫폼도 늘어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조윤희 기자 =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세로형 영상, 회당 1∼5분 남짓한 파격적인 길이. 이른바 '숏폼 드라마(숏드라마)'가 미디어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8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론칭한 숏폼 드라마 전문 플랫폼 '레진스낵'은 지난달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숏드라마 '애 아빠는 남사친'을 공개했다.

'애 아빠는 남사친'은 갑작스러운 임신을 하게 된 제아(최효주 분)가 남사친 구인(김신비)에게 아이의 아빠가 돼 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하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공동 육아기를 그렸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속도감 있는 대사와 재치 있는 연출로 '보자마자 감독을 눈치챘다'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공개 직후 입소문을 타면서 레진스낵 시청순위 1위를 달성했다.

영화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도 레진스낵과 함께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제작에 뛰어들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사고 이후 '요리 백지증'에 걸린 아내를 대신해 집밥을 맡게 된 남편의 이야기를 그리며, 정진영·이정은·변요한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여기에 K팝 아이돌과 인지도 높은 배우들도 가세하고 있다. 최근 그룹 NCT 멤버 제노·재민이 주연을 맡은 숏드라마 '와인드업'은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 300만회를 돌파하며 강력한 팬덤 파워와 숏드라마의 폭발적인 시너지를 증명했다.

또 배우 이상엽 주연의 '폭풍같은 결혼생활', 박한별·고주원 주연의 '청소부의 두 번째 결혼' 등 국내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숏드라마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가수 솔비는 숏드라마 '전 남친은 톱스타'를 집필하며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과거 중국에서 유행하던 B급 감성의 킬링타임 콘텐츠, 혹은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던 숏드라마는 이제 유명 영화감독과 아이돌, 기성 배우들까지 앞다퉈 뛰어드는 거대한 블루오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숏드라마가 콘텐츠 시장의 '메기'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과 제작의 효율성에 있다.

통상 기존 TV 드라마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는 회당 제작비가 수십억원에 달하고 제작 기간도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반면, 숏드라마는 회당 수천만원의 저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또 제작 기간도 기획부터 촬영, 편집을 거쳐 완성까지 약 2∼3개월이면 충분하다 보니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점점 더 짧아지는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성향도 숏드라마의 부흥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 10세 이상 국민 6천554명을 상대로 진행한 '2025 콘텐츠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6%가 숏폼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숏폼 콘텐츠를 보는 가장 큰 이유로 '짧아서 부담이 없다'(76%)고 답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숏드라마는 장편과 달리 몰입을 빨리 일으키고 즉각적인 감흥이 오도록 콘텐츠가 구성된다"며 "특히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익숙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접근성과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고 분석했다.

당초 숏드라마 시장은 '드라마박스', '릴숏' 등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계 플랫폼들이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네오리진의 '탑릴스', 스푼랩스의 '비글루', 왓챠의 '숏차',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스낵' 등 국내에서도 숏드라마 전문 플랫폼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K-콘텐츠의 저력이 숏드라마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며, 숏드라마가 기존 장편 콘텐츠 업계와도 상생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평론가는 "한국 드라마는 트렌디함과 소재 측면에선 (중국 대비)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며 "숏드라마는 마치 영상 업계의 '독립영화'처럼 국내 신예 크리에이터들이 진입할 수 있는 장벽 낮은 통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숏폼에서의 다양한 실험을 거쳐 발굴된 연출자나 제작진들이 장편 시리즈물로 영역을 확장하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면, 국내 콘텐츠 업계의 소재 고갈 갈증을 채우고 K-컬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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