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혜
| 2026-09-24 09:00:05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방송사들이 낯선 모험 대신 '아는 맛'에 색다른 변주를 더한 '스핀오프'(파생작) 예능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검증된 지식재산권(IP)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바탕으로, 초기 시청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방송가에 따르면 올 하반기 공개를 앞둔 tvN '언더커버 셰프: 멀리서 찾아온 벗'은 이러한 스핀오프 예능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7월 종영한 원작 '언더커버 셰프'는 샘 킴, 정지선, 권성준 등 국내 정상급 셰프들이 해외 식당에 신분을 숨긴 채 '주방 막내'로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 예능으로, 최고 시청률 6.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원작 흥행에 힘입어 기획된 스핀오프는 본편의 형식을 반대로 뒤집었다. 이번에는 한국 셰프들이 이탈리아 나폴리와 중국 청두 등 현지 주방 식구들을 서울로 초대해 여행을 즐기고 식사를 대접하는 '보은'의 설정으로 콘셉트를 바꾼 것이다.
연출을 맡은 홍진주 PD는 "예상보다 현지 셰프님들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뜨거웠다"며 "청두 식당 막내가 읊었던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처럼, 반대로 한국 셰프들이 이분들을 초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스핀오프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은 한 가지 이야기에만 집중하기보다 하나의 소재에서 파생되는 이야기가 많아야 한다"며 "본편이 끊임없는 미션과 도전으로 긴장감을 줬다면, 스핀오프는 가족들과 편안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포맷 변주는 타 방송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음 달 방영하는 MBC 3부작 예능 '뭔데뭔데! 이게 무슨 난리고'는 인기 예능 '놀면 뭐하니?'의 멤버 구성을 일부 떼어내 스핀오프를 기획했다. 원작의 고정 멤버인 하하, 허경환, 주우재 세 사람이 메인 MC 유재석의 리드에서 벗어나 자유 여행을 떠났다가 제작진의 돌발 미션에 휘말리는 설정으로 새로운 재미를 꾀한 것이다.
현재 방영 중인 나영석 PD 사단의 tvN 예능 '우주떡집'은 원작의 출연진은 그대로 유지한 채 포맷에만 변화를 준 사례다. 앞서 '뿅뿅 지구오락실2'(2023)에서 미션 실패로 인해 받게 된 벌칙을 바탕으로, 멤버 4인방(이은지·미미·이영지·안유진)이 직접 떡집을 운영하는 장사 예능으로 변주시켰다.
이외에도 웨이브는 MBC '무한도전'의 대표 콤비였던 박명수와 정준하를 내세운 오리지널 콘텐츠 '무한상사-하와수 네버다이'를 연내 선보인다. 기존 다인원 체제의 원작에서 두 사람만의 티격태격하는 케미스트리(호흡)를 따로 분리해 집중 조명함으로써, 원작 팬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계획이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육아 관찰 예능이라는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인기 출연자인 전 펜싱 국가대표 김준호의 아들 은우·정우 형제를 내세운 유튜브 예능 '슈퍼맨의 밥상'을 선보였다. 아이들이 스타 셰프들에게 요리를 배우며 먹방을 펼치는 콘셉트로 형식을 전환해 웹 예능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방송가가 하나의 성공 IP를 토대로 스핀오프 기획을 이어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과 '안정성'에 있다.
신규 기획 프로그램은 캐릭터를 알리고 콘셉트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흥행 실패의 위험성도 크지만, 스핀오프는 시청자에게 익숙한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와 초반 몰입도를 높이고 원작의 팬덤을 흡수해 최소한의 흥행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익숙한 맛과 낯선 맛이 결합할 때 시청자의 몰입도가 가장 높아진다"며 "친숙한 캐릭터와 세계관이라는 토대 위에 이전과 다른 설정을 얹는 방식이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에게 실패 확률을 낮추는 선택지"라고 짚었다.
다만 원작의 화제성에만 기댄 비슷한 기획의 반복은 장기적인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시청자들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원작의 인지도나 캐릭터, 출연진 사이의 관계만 그대로 가져오면 시청자는 금방 식상함을 느낄 수 있다"며 "스핀오프라 하더라도 기존 세계관이나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어떤 새로운 요소를 집어넣어야 시청자들이 신선하게 느낄지 제작진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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