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너머의 진심을 읽다…'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남긴 여운

김선호·고윤정 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홍자매 작가가 해석한 '통역'의 다른 의미 주목

고가혜

| 2026-01-18 09:00:01

▲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장면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장면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장면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장면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장면 일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말 너머의 진심을 읽다…'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남긴 여운

김선호·고윤정 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홍자매 작가가 해석한 '통역'의 다른 의미 주목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지만, 때로는 가장 거대한 장벽이 되기도 한다.

넷플릭스가 2026년 새해에 처음으로 선보인 새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바로 이 역설적인 지점에서 출발한다.

'호텔델루나', '주군의 태양' 등을 집필한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의 신작이자 김선호·고윤정 조합의 로맨스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극 중 다국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과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가 서로의 언어를 해석하고, 오해하고, 끝내 이해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한 편으로 하루 아침에 톱스타가 된 무희는 일본의 유명배우 구로사와 히로(후쿠시 소타)와 함께 캐나다·이탈리아를 함께 여행하는 데이트 예능에 출연하게 되고, 이들 사이의 통역은 6개 국어에 능통한 호진이 맡게 된다.

무희와 호진은 이미 우연히 몇 번 만난 사이다.

바람난 전 연인을 찾으러 일본까지 쫓아갔다가 호진에게 속사정을 들켜버린 무희와, 짝사랑과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찾았다가 연예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얼굴이 박제돼버린 호진.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서로 말 못 할 비밀을 하나씩 공유한 채 시작된다.

이 시리즈는 초반부부터 '통역'이라는 소재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6개 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만 정작 여자의 마음은 '해석 불가'인 호진과, 모두의 사랑을 받는 듯 하지만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자꾸 진심을 숨기는 무희의 대비는 극의 초반부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일본에서부터 호진에게 호감이 있던 무희는 촬영 내내 그에게 에둘러 호감을 표현하지만, 오랜 짝사랑을 잊지 못한 호진은 그녀의 마음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뒤늦게 호진도 무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척 본심을 숨기는 무희의 말은 호진에게 오히려 자신을 밀어내는 거절로 해석된다.

"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거 같아요."

직선의 언어로 말하는 남자와 곡선의 언어로 말하는 여자. 이 작품은 두 남녀 사이 '통역'의 부재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을 촘촘하게 엮어낸다.

작품은 중반부로 접어들며 단순한 연애사를 넘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통역사로서 타인의 말을 전달하는 것에만 급급하던 호진은 무희를 보며 자신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뾰족했던 자신의 말을 다듬기 시작한다.

무희 역시 숨기고 싶었던 불행한 과거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호진에게 털어놓게 되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트라우마를 깨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다.

일본에서부터 캐나다, 이탈리아, 한국까지 총 4개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로케이션 촬영은 시청자들에게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노을과 바다, 기차 소리가 어우러진 일본 가마쿠라의 작은 마을과, 하늘 위로 신비로운 오로라가 펼쳐지는 캐나다의 호수, 로맨틱한 분위기가 가득한 이탈리아의 오래된 성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켜켜이 쌓여가는 두 인물의 서사는 이들의 만남을 우연이 아닌 운명으로 만든다.

마치 연극 무대를 묘사한 듯한 세트와 스포트라이트 조명, 흑백 효과 등을 활용한 감각적인 연출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작품은 공개 직후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극 중 무희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호러영화 속 캐릭터 '도라미'의 활용 방식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도라미는 무희의 내면에 똬리를 튼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존재로, 무희의 환각이나 악몽 속에 수시로 출몰한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무희를 점점 잠식해가는 깊은 불안을 시각화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화사한 톤 속에서 자꾸만 튀어나오는 도라미의 기괴한 이미지는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여러 차례 분절시킨다.

'언어가 다른 남녀의 소통과 사랑'이라는 근원적인 이야기의 흐름보다, MBC '킬미힐미' 등 여러 드라마에서 봐 왔던 다중인격 소재나, 팀 버튼 감독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호러 이미지가 더 강조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무희와 막무가내인 도라미 사이에서 사실상 1인 2역을 소화해 낸 고윤정의 열연과, '멜로 눈빛'을 장착한 김선호 특유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자칫 어두워질 수 있었던 이 작품의 중심을 다시 로맨틱 코미디로 이끌어 온다.

아울러 극 후반부에 공개되는 도라미의 결정적 역할은, 결국 이 작품을 관통하는 화두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며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두 주인공이 끝내 서로의 진심과 각자의 언어를 이해하는 장면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진정한 소통'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묵직한 감동을 남긴다.

"세상에 다른 언어가 몇 개인 줄 아나? 세상 모든 사람의 수만큼 있어.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각자 자기 말을 하고, 서로 못 알아듣는 거야."

호진과 무희가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던졌지만 전달되지 않았던, "사랑해"라는 말의 수만 가지 번역본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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