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해
| 2026-08-14 08:40:02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북 음성군 설성공원 안에 있는 '경호정'(景湖亭).
일제강점기인 1934년 세워진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목조기와집 형태의 이 정자는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음성군의 향토문화유적 제9호로 지정 받았다.
하지만 친일파 권종원이 음성군수로 재임할 당시 일본에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로 세웠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권종원이 일본 왕세자 출생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에 음성군은 지난해 10월 일제잔재 청산 및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경호정의 안내판을 재설치했다.
사회·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철거보단 안내판에 경호정의 건립 경위, 관련 인물 및 행적 등을 명확히 표기해 친일 잔재물임을 알리자는 목적에서다.
새롭게 설치된 안내판에는 경호정에 대한 기본설명과 함께 '친일 인물로 분류되는 권종원이 세운 일제 잔재물이며, 이러한 건립 배경을 통해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는 글을 적었다.
81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금도 충북지역 곳곳에 일제 잔재가 남아있지만, 경호정처럼 역사를 바로잡는 청산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는 2020년 지역사회와 함께 '친일잔재 청산을 위한 기초조사'를 통해 31곳의 일제 잔재물을 확인했다.
또 이듬해인 2021년 송미애 도의원의 대표 발의로 '충북도 일제잔재 발굴 및 교육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이 조례는 일제 잔재물 발굴과 이를 후손들에게 교육·홍보할 수 있는 시책을 수립·추진하라는 도지사의 책무를 비롯해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사업, 관리계획 수립 의무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약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비가 이뤄진 일제 잔재물은 17곳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 시설은 청주 소재 충북도청 본관·도지사 옛 관사·일본군 병사부 관련 유적·천지신단비(2곳)·종칠위오영전 기념비·도회의원김공원근 구휼불망비·참의김공원근 시혜비이다.
또 충주 소재 옛 조선석산은행 충주지점·군수서후회보 선정비·호암지 위령탑·충주수리조합장 검목정일씨 사업성공기념비, 영동 소재 매천리 굴, 옥천 소재 황국신민서사비(2곳), 진천 소재 고육군헌병상등병 도기선치순직비, 음성 소재 경호정이다.
이들 시설에는 현재 일제 잔재물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나머지 14곳은 자역사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비가 지속해서 미뤄지고 있다는 게 충북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일제 잔재물 청산은 명확한 현지조사와 주민 등 지역여론 수렴, 전문가 자문 등을 충분히 거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지 관에서 강제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송미애 도의원은 "13대 도의회 출범과 함께 미포상 독립운동 서훈 관련 연구모임을 만들고, 그와 연계해 그동안 미진했던 일제잔재 정비 작업도 다시 한번 면밀히 살펴보려 한다"며 "조례를 토대로 관계 부서와 협력해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는 정책이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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