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재
| 2026-09-03 08:00:11
(싼야=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싼야는 하이난을 대표하는 해양 휴양·레포츠 도시로, 야룽완·하이탕완 등 긴 해안을 따라 요트와 서핑, 다이빙을 비롯한 다양한 바다 체험이 펼쳐진다.
호텔과 물놀이장, 아쿠아리움, 쇼핑·공연 시설을 한데 갖춘 아틀란티스 싼야를 비롯해 세계적인 고급 리조트들이 밀집해 휴양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특히 1천300척이 넘는 요트가 등록돼 있는 등 해양레저 산업의 규모도 크다.
여기에 대형 국제 크루즈선이 드나들면서 싼야는 머무는 휴양지에서 바다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국제 관광도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산들바람 따라 오른 싼야의 언덕
싼야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루후이터우 관광지가 좋은 선택이다. 싼야 도심 남쪽의 언덕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도심과 바다는 물론, 앞바다의 펑황다오(鳳凰島)와 국제크루즈항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저녁 무렵에는 바다와 도심이 노을빛으로 물들어 더욱 아름답다.
루후이터우라는 이름은 '사슴이 고개를 돌리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는 하이난 소수민족인 리족(黎族)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정상 부근에는 이 전설을 상징하는 사슴과 남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전망대에서는 싼야만과 펑황다오가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 위에 자리한 펑황다오와 국제크루즈항은 싼야가 해변 휴양도시를 넘어 남중국해를 향한 해양관광 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풍경이기도 하다. 낮에는 푸른 바다와 도심이 어우러지고, 해가 지면 건물과 항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항구와 바다를 내려다보는 정상 부근의 개방된 전망 공간이었다. 해가 진 뒤 야외 좌석에 앉으니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산들바람이 테이블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눈앞에는 어둠이 내려앉은 싼야의 바다와 펑황다오, 항구의 불빛이 펼쳐졌다.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과는 다른 여행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시의 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주문한 오렌지주스와 커피도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오렌지주스는 과일의 신선한 향과 단맛이 살아 있었고, 커피 역시 관광지에서 마시는 음료라는 예상을 넘어섰다. 그러던 중 예상하지 못한 손님이 나타났다. 한 여성 일행의 테이블 근처로 원숭이 한 마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원숭이를 따라갔지만 이내 다시 대화와 음악 속으로 돌아갔다. 도시의 야경과 자연이 가까이 맞닿아 있는 루후이터우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 객실 안으로 들어온 바다, 싼야 아틀란티스
싼야는 해양 관광의 중심지다. 하이탕(海棠) 만에 자리한 싼야 아틀란티스는 푸싱그룹이 100억위안 이상을 투자해 조성한 대형 해양 테마 복합리조트다. 총면적 54만㎡에 1천314개의 객실을 갖췄으며 호텔과 물놀이장, 아쿠아리움, 국제회의, 다이닝, 쇼핑, 공연과 엔터테인먼트를 한 공간에 집약했다. 아쿠아리움에는 약 1만7천500t의 해수와 8만6천마리의 해양생물이 있고, 20만㎡ 규모의 아쿠아 벤처 물놀이장도 갖췄다.
로비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끈 것은 거대한 수족관이었다. 순간 일본 오키나와의 추라우미 수족관이 떠올랐다. 호텔 안에 조성된 초대형 수족관의 메인 수조인 '앰배서더 라군'(Ambassador Lagoon)이다. 로비 한쪽을 사실상 푸른 바다로 바꿔놓은 듯한 거대한 관람창 너머로 물고기 떼가 쉼 없이 흘러갔다.
수족관에는 상어와 가오리를 비롯한 수많은 해양생물이 살고 있으며, 메인 관람창은 약 54피트, 16.5m 규모에 이른다. 호텔 로비에 들어왔다는 느낌보다는 거대한 수족관의 객석 한가운데 들어선 느낌에 가까웠다. 숙박객이 트렁크를 끌고 지나가는 바로 옆에서 커다란 가오리가 천천히 날개를 젓듯 헤엄치고, 상어가 그 뒤를 가로지르는 모습은 현실과 수중세계의 경계를 의심하게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넵튠'과 '포세이돈' 등의 수중 스위트룸이었다. 문을 열고 객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벽에 그림처럼 걸려 있는 수족관이 아니라, 침실 벽 전체가 수족관이었다. 침대 바로 옆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통유리창 너머에는 수중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커다란 상어가 느릿하게 지나가고, 가오리는 양 날개를 펼친 채 허공을 나는 새처럼 유리창 앞으로 다가왔다가 사라진다. 그 뒤로 형형색색의 물고기 떼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잠들기 직전 마지막으로 보는 풍경도 수중이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주하는 것도 상어와 가오리다.
넵튠 수중 스위트는 약 145.5∼173.3㎡ 규모의 복층 객실이고, 포세이돈 수중 스위트는 340㎡에 달한다. 특히 포세이돈 스위트는 침실뿐 아니라 욕실까지 대형 수족관을 향해 있다. 그래서 이 객실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시간은 어쩌면 잠자는 시간이 아니라 목욕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고개만 돌리면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상어와 가오리가 눈앞을 지나갈 것이다. 리조트 역시 이 객실을 소개하며 욕조에 누워 앰배서더 라군의 상어와 가오리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상상을 초월한 구성이다 보니 방값도 만만치 않다. 최성수기 방값은 한화 1천만원 안팎을 훌쩍 넘나드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 객실이 단순히 '비싼 방'으로만 기억되지는 않았다. 창밖의 풍경을 위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풍경 안에서 잠드는 경험을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이난이 해양관광을 어디까지 확장하려 하는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보아오의 낡은 목선에서 시작한 하이난의 '바다 이야기'는 호화찬란한 리조트까지 이어졌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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