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쉼과 치유의 섬 하이난 ③ 땅 이야기

성연재

| 2026-09-03 08:00:13

▲ 운무에 쌓인 치센링 [사진/성연재 기자]
▲ 열대우림을 등산하는 관광객 [사진/성연재 기자]
▲ 투명한 유리 수로를 따라 래프팅하는 관광객 [사진/성연재 기자]
▲ 아자수를 배경으로 들어선 노천온천 [사진/성연재 기자]
▲ 온천 주변의 흰색 대나무 [사진/성연재 기자]
▲ 미션힐스의 블랙스톤 코스 [사진/성연재 기자]
▲ 미션힐스의 수영장 [사진/성연재 기자]
▲ 캄보디아 테마관 [사진/성연재 기자]

(바오청=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싼야의 눈부신 해변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시원하게 내달리자, 길게 뻗은 야자수 병풍 너머로 바오칭진 치센링의 신비로운 산봉우리들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이곳이 선사하는 짜릿한 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날것 그대로의 짙은 열대우림 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드는 등산의 쾌감이고, 다른 하나는 피톤치드 뿜어내는 푸른 숲의 품에 폭 안겨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녹이는 황홀함이다.

'습하고 더운 열대우림에 온천이라니, 불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완벽한 기우였다. 차가운 숲의 숨결과 온천의 노곤한 온기가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그야말로 완벽한 힐링 그 자체였다.

◇ 7명의 선녀를 만나는 곳 치센링

남부 내륙의 바오팅 리족·먀오족(保亭黎族苗族) 자치현에 있는 '치센링(七仙嶺) 국가산림공원'. 일곱 선녀의 전설을 지닌 봉우리 7개가 나란히 솟아있어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산허리를 휘감는 구름 떼에 봉우리들이 숨바꼭질하듯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 덥고 습한 열대 우림은 어느새 신선이 머물다 간 듯한 한 폭의 수묵담채화로 변모한다. 초입의 산행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사람 몸집만 한 거대한 열대 잎사귀와 범접할 수 없는 수령의 고목들이 하늘을 가리고, 귓가에는 청아한 계곡물 소리가 내려앉는다. 가파른 산을 오른다기보다 거대한 원시 식물원 깊숙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치센링의 진짜 매력은 이 무거운 경건함을 단숨에 깨뜨리는 반전에 있다. 숲길을 걷다 보면 '치차이윈티'(七彩云梯)라는 무빙워크 같은 장치를 만난다. 산비탈에 무빙워크 같은 장치를 설치해 놨다. 컨베이어 벨트 같은 곳 위에 앉는 순간, 난데없는 '앉아서 하는 등산'이 시작된다. 가만히 앉아 발아래로 멀어지는 숲과 시시각각 열리는 절경을 유유자적 감상하다 보면, '정복'이라는 등산의 피로함은 사라지고 열대우림 한가운데를 유영하는 여유만 남는다.

하산길에는 뜻밖의 재미가 기다린다. 투명한 유리 수로를 따라 래프팅하는 '쿵중류리퍄오류'(空中琉璃漂流)다. 한국식으로 풀이하면 '공중유리표류'. 이름 그대로 숲 위를 떠다니듯 이동하는 체험으로, 2인승 래프팅 보트에 올라 S자로 굽이치는 수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차분했던 산행의 분위기는 금세 짜릿한 놀이기구 체험으로 바뀐다.

걸으며 숲을 만나고, 앉아서 풍경을 바라본 뒤, 마지막에는 물살을 가르며 산에서 내려온다. 치센링의 매력은 이처럼 산행과 휴식, 놀이가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데 있다. 정상 정복에 의미를 두기보다 산을 즐기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 되는 곳이다.

◇ 산행 끝에는 상쾌한 온천

치센링의 진면목은 하산 후에 만나는 온천이었다. 이곳은 이름부터 '치센링 온천 국가산림공원'이라고 불릴 만큼 온천으로도 이름난 곳이다. 일행이 머문 오야도(御宿和庭) 온천 리조트 역시 열대우림 속에 숨어 있다. 객실 발코니에서 개별 온천을 즐길 수 있고 야외에는 여러 노천온천이 마련돼 있다. 오래된 나무에 둘러싸인 별채에는 독립된 온천 공간을 갖춘 객실도 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굳이 객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은 뒤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갔다. 몇 시간 전까지 산길을 걸었던 다리가 물속에서 서서히 풀렸다. 테라스 바깥에서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왔다.

그래도 치센링 온천의 진짜 매력은 밖에 있었다. 열대우림 사이에 숨어 있는 노천탕으로 내려가자 순간 일본의 한적한 산속 료칸이 떠올랐다. 돌로 둘러싸인 탕과 그 위로 늘어진 나뭇가지, 숲 사이로 피어오르는 수증기까지. 하이난에서 만난 풍경이라고는 쉽게 믿기지 않았다. 때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뭇잎을 스치는 옅은 소리로 시작된 비는 이내 빗줄기가 굵어지며 울창한 열대우림 전체를 흠뻑 적셨다.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뉘고 얼굴과 어깨로 차가운 비를 맞는 경험은 각별하다.

흔히 여행 중의 비는 불청객으로 여겨지지만, 치센링의 온천에서만큼은 예외다. 오히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이곳의 참모습을 절반도 느끼지 못했을 터다.

차가운 비와 뜨거운 온천수, 그리고 몽환적인 수증기가 한데 섞이며 자아내는 고즈넉함은 맑은 날에는 결코 누릴 수 없는 호사다.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탕을 빽빽하게 둘러싼 야자수 군락이다. 여느 온천장의 익숙한 풍경과는 사뭇 다른 이 이국적인 식생은, 방문객에게 '열대우림 속 온천'에 와 있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 화산암 위에 세운 골프 왕국, 미션힐스

하이난 여행에서 골프를 빼놓을 수 없다. 첫 숙소였던 하이커우 미션힐스 리조트는 골퍼는 물론 온 가족이 만족할 만한 특급 복합 휴양지였다. 507개의 객실과 다양한 레스토랑을 비롯해 천연 미네랄 화산 온천, 이국적인 풍경의 '풍소강 무비타운' 등을 갖춰 웰니스와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수만 년 전 형성된 현무암 용암대지 위에 조성된 10개의 18홀 골프 코스다. 대표 코스인 '블랙스톤 코스'는 화산암과 열대 수목이 어우러진 7천888야드(파 73) 규모의 챔피언십 코스로, 검은 돌밭이 자연 해저드 역할을 해 정교한 샷이 요구된다.

특히, 리조트 내에는 박인비 선수가 사용하던 골프가방도 보관되어 있고 타이거 우즈의 손바닥 모형도 볼 수 있어 골프 팬들에게 더욱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화강암 덕분에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검은 돌밭으로 들어가면 리커버리가 쉽지 않다. 그만큼 정확한 샷이 중요하다. 반면 화산암 지반은 배수가 뛰어나 비가 내린 뒤에도 코스가 비교적 빠르게 제 모습을 되찾는다는 장점이 있다.

일행 가운데 실제 골프를 신청한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리조트 내부를 둘러봤는데, 골프를 치지 않는 가족이 함께 와도 충분히 머물 만해 보였다. 온천과 물놀이장, 수영장, 어린이 시설 등을 갖춰 단순한 골프장보다는 가족형 복합리조트에 가까웠다. 리조트에는 507개의 객실과 스위트룸, 29채의 빌라가 있으며 중식·양식·한식·일식 레스토랑도 운영한다.

미션힐스는 한국 관광객을 겨냥해 여름철 무제한 라운딩 상품과 겨울철 3∼4박 골프 패키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물놀이장과 가족여행, 화산 온천과 웰니스, 문화·스포츠 체험을 결합한 상품도 확대할 계획이다.

하이난의 바다에서 파도와 산호가 관광자원이 됐다면, 이곳에서는 수만 년 전 굳은 용암과 검은 돌이 관광상품이 됐다. 하이난의 '땅 이야기'는 그렇게 화산암 위에서 시작됐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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