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재
| 2026-09-03 08:00:10
(보아오=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중국 최남단의 섬 하이난(海南)은 '동양의 하와이'라 불릴 만큼 이국적인 열대 풍광과 낭만이 가득한 곳이다. 광활한 하와이와 달리 아기자기한 해변과 리조트, 해양레저에 산악 트레킹과 온천까지 더해져 다채로운 휴양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전통 중의학과 보아오 러청의 첨단 의료까지 결합하며 하이난은 관광과 휴양, 건강을 아우르는 복합 휴양지로 진화하고 있다.
하이난의 매력은 단순히 하와이를 닮았다는 데 있지 않다. 하와이가 광활한 자연으로 압도한다면, 하이난은 해변과 어촌, 리조트, 카페, 해양레저가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매력을 지녔다. 특히 싼야·보아오·완닝·링수이·하이커우의 해안에서는 서핑과 요트, 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와 생태 체험을 즐길 수 있어 바다가 하이난 관광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생명 다한 폐선…보아오에서 재탄생
하이난 보아오의 해안가. 바다를 향해 나란히 서 있는 낡은 선박 세 척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다 이야기'(海的故事·Sea Story)라는 이름의 음식점과 카페 등이 들어선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동남아풍 요리와 특선 요리, 신선한 해산물과 바비큐, 술, 커피 등을 즐길 수 있다. 야자수와 울창한 나무 사이에 자리한 식당 입구에는 커다란 닻과 배의 키를 형상화한 간판이 걸려 있었다. 'Sea Story'라는 영문 이름처럼 바닷가 여행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제는 항해를 멈춘 옛 배들이지만 이곳은 사람들로 붐빈다. 배 옆에 놓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브리지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뜻밖에도 식당이 나타났다. 세월의 흔적이 밴 선체 안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창밖으로는 남중국해(南中國海)가 펼쳐졌다. 바다 이야기라는 이름마저 이 풍경과 똑 닮았다. 간판 아래 적힌 메뉴만 훑어봐도 이곳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난양차이(南洋菜), 즉 동남아시아풍의 난양 요리를 비롯해 셰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보이는 쓰팡차이(私房菜), 바비큐와 각종 구이 등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기 좋은 음식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잠시 기다리자 테이블 위가 풍성해졌다.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노릇하게 구운 새우 꼬치였다. 통통한 새우가 꼬치에 가지런히 꽂혀 나왔다. 연기 향을 머금은 껍질을 벗기자 탱글탱글한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입 베어 물자 짭조름한 바다 향과 고소한 구이 향이 함께 퍼졌다.
뒤이어 갖가지 해산물 요리가 테이블을 채웠다. 바다 가까운 식당답게 재료의 신선함과 풍미가 도드라졌다. 구운 해산물에서는 진한 불맛이 느껴졌고, 양념을 더한 요리는 달고 짭조름한 맛에 향신료의 풍미가 은근히 따라왔다. 중국 남부의 맛에 동남아시아 분위기가 어우러진 난양 요리 특유의 이국적인 향은 여행객들을 매료시켰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하나씩 집어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새우 하나를 맛보고 다른 해산물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구이 요리로 젓가락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접시가 하나둘 비어갔다. 옆 카페에서는 여행객들이 커피잔을 앞에 두고 바다를 바라보며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다 이야기'가 자리한 보아오의 해안 특색거리는 해양 관광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탄먼항에서 보아오 아시아포럼 특별계획구역까지 이어지는 해안 일대에 산책로와 해안 전망 공간, 문화·외식 공간, 요트클럽, 스카이다이빙 시설, 캠핑 공간 등도 조성될 예정이다.
◇ '가오리가 참 만타'
보아오가 바다 곁에 '머무는 법'을 보여준다면 링수이 리족(陵水黎族)자치현의 펀제저우섬(分界洲島)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을 보여준다. 하이난 본섬에서 배를 타고 약 10분이면 닿는 펀제저우섬은 중국 국가 최고 등급인 '5A급' 관광지다. 해안에서 바라보면 울창한 초록빛 섬이 남중국해 위에 비치 조각처럼 떠 있다. '바다의 에메랄드'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펀제저우(分界洲)는 이름 그대로 '경계를 나누는 섬'이라는 뜻이다. 링수이와 완닝이 맞닿는 곳이자 하이난 남부와 북부의 기후가 갈리는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신발을 해변에 벗어두고 얕은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잔잔한 물결이 발목을 감쌀 즈음 검고 넓적한 그림자들이 사방에서 몰려왔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수십 마리의 가오리가 사람들의 발 사이를 미끄러지듯 오갔다.
한 마리가 종아리를 스치는 순간 몸이 절로 움찔했다. 포슬포슬한 모래의 감촉과는 전혀 달랐다. 물에 젖은 비단이나 매끈한 고무가 피부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수족관 유리 너머에서 보던 가오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같은 바닷물 속에서 미지의 생명과 직접 마주한다는 사실이 묘한 긴장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왔다. 일행 가운데 한 명이 '아재 개그'를 한다. "가오리가 참 만타." 만타는 가오리의 일종으로, 소니의 '워크맨'처럼 고유명사가 일반명사화한 이름이다.
섬 전체가 거대한 해양 레저 공간이기도 하다. 선착장 주변에서는 플라이보드가 물기둥을 뿜으며 공중으로 솟구치고, 해변 곳곳에서는 다양한 해양 체험이 이어진다. 면적은 약 40만㎡. 섬 자체는 크지 않지만, 해변과 절벽, 산책로, 숙박시설과 체험 공간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어 하루 동안 여러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기에 좋다.
맑고 투명한 물빛 역시 이 섬을 기억하게 하는 요소다. 과거 해저 생태계가 훼손된 시기도 있었지만 2004년 이후 산호 보육과 이식 등 복원 작업이 이어졌고, 지금은 다이빙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코랄 베이 등 가족 단위 여행객이 즐길 만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방문객들로 가득 찬 섬이 놀라웠다. 섬을 가득 메운 방문객을 보며 관광객 수를 늘리는 대신, 적정 수용 인원을 유지하면서 체험의 질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저밀도·고품격 관광'으로의 전환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보전과 관광 수익을 함께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 .중국에서 서핑이라니…
하이난의 바다는 이제 감상의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완닝시의 르웨완 해변에서는 바람마저 관광상품이 됐다. 과거 중국 국가대표 요트·윈드서핑 선수들의 동계 훈련 기지였던 시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면서 교육과 장비 대여, 레저 체험, 스포츠 대회가 결합한 해양스포츠 관광 거점으로 변하고 있다.
해변에서는 초보자들이 강사와 함께 보드 위에서 균형을 익히고, 어린 학생들은 단체로 윈드서핑을 배운다. 전문 선수들의 훈련시설이 관광객을 위한 체험시설로 확장되면서 파도와 바람 자체가 새로운 관광 자원이 된 것이다. 해양스포츠를 배우는 사람과 경기를 구경하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교육과 장비 대여, 외식 등 주변 소비도 함께 커지고 있다.
중뤼주랑(中旅逐浪) 리조트에는 최대 2.7m 높이의 파도를 만들 수 있는 대형 상업용 인공파도 시설이 마련됐다. 중뤼주랑의 특징은 단순히 숙박시설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핑 테마파크와 호텔, 카페·상가를 한데 묶어 낮에는 파도를 타고, 저녁에는 음악과 예술 프로그램을 즐긴 뒤, 밤에는 테마호텔에서 머무는 구조를 만들었다.
일행 중 일부는 중뤼주랑 리조트에서 서핑 체험을 했다. 그 가운데 2명이 "보드 위에서 일어섰다"면서 상기된 표정으로 경험담을 말했다. 모두 축하하며 다음 일정 장소로 향했다.
취재협조 = 하이난성 관광체육청. 라미타 코리아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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