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혼자선 출입 불가"…창원 대표 관광지인데 휠체어장애인엔 장벽

해양드라마세트장 진입부터 어려워…시 "개선 필요성 인지…보수 예정"

박영민

| 2026-04-18 08:35:00

▲ 경사가 가파른 마산해양드라마세트장 출입구에 선 지체장애인 최진기(46) 씨 [촬영 박영민]
▲ 마산해양드라마세트장 파도소리길 앞에 선 최진기 씨 [촬영 박영민]
▲ 선착장에 처음 와봤다며 사진 촬영하는 최진기씨 [촬영 박영민]

[현장] "혼자선 출입 불가"…창원 대표 관광지인데 휠체어장애인엔 장벽

해양드라마세트장 진입부터 어려워…시 "개선 필요성 인지…보수 예정"

(창원=연합뉴스) 박영민 기자 = "제가 사는 지역의 대표 관광지인데, 혼자서 오면 출입도 힘들어요."

장애인의 날을 사흘 앞둔 지난 17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해양드라마세트장 출입구 앞에서 휠체어를 탄 최진기(46) 씨는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고등학교 시절 농구를 하다 척수신경을 다쳐 20여년째 중증 지체장애를 안고 살고 있다.

해양드라마세트장은 2010년 사극 드라마 '김수로' 촬영을 위해 조성된 뒤 70여편의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됐고, 일반에 개방되면서 관광객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평일 오전인데도 관광객 2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일대는 북적였다.

그러나 휠체어를 탄 최씨에게는 입구부터 난관이었다.

출입구는 모랫길인 데다 경사도 가팔랐고, 곳곳은 빗물에 패여 휠체어 바퀴가 빠질 위험이 있었다. 최씨는 취재진 도움을 받아서야 가까스로 입구를 통과했다.

최씨는 "드라마 촬영지라 보존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짚으로 된 길이라도 하나 깔아주는 배려가 있다면 장애인들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을 텐데, 혼자 오면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곳은 올해 초 마산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새 단장을 마쳤지만, 지체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 같은 공간으로 남아 있다.

산책하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파도소리길은 경사로가 심하게 가팔랐다.

최씨는 "이 정도 경사로는 도와줄 사람이 있어도 애초에 시도하지 않는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곳곳의 출입구에는 휠체어 진입이 가능하도록 낮은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마저도 턱이 높아 이동이 쉽지 않았다.

최씨는 이곳을 다섯 번째 찾았지만, 각 경사로를 지나야 닿을 수 있는 선착장에는 이날 취재진의 도움을 받아 처음 가봤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도 함께 온 사람의 도움을 받아 와봤지만, 그때는 상황이 더 열악해 내부까지 들어오지 못했다"며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애인 도움벨 같은 장치도 없어 관리자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에서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은 지난해 기준 8만4천여명에 달한다.

최씨를 비롯한 경남지역 지체장애인들은 해양드라마세트장뿐 아니라 진해해양공원 등 주요 관광지 전반의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한다.

최씨는 "장애인단체 등이 요구해도 결국 예산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장애인이 많이 와봤자 얼마나 오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편의가 제공되는 관광지라면 몇 시간이 걸려도 찾아가는 게 현실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세트장의 장애인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열린 관광지 공모사업'을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않아 예산 등 문제로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호우 등으로 길이 고르지 않게 된 부분은 곧바로 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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