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만 없는 독립운동 기념공간…전국 특·광역시 곳곳에 조성

지역별 특징 살린 기념관 각양각색…전시·연구·위패봉안 등 활용
울산시 "필요성 알지만 예산·사료 확보해야…장기적으로 추진"

장지현

| 2023-09-13 08:33:01

▲ 독립운동가 서진문 선생 흉상 [울산 동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울산 북구에 있는 대한광복회 총사령 고헌 박상진 의사 생가 [울산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경 [서울 서대문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부산 광복기념관 [부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대한독립 만세" 광주학생독립운동 재연행사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2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학생독립운동 만세 재연행사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208.10.27 iny@yna.co.kr
▲ 울산항일독립운동기념탑 전경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만 없는 독립운동 기념공간…전국 특·광역시 곳곳에 조성

지역별 특징 살린 기념관 각양각색…전시·연구·위패봉안 등 활용

울산시 "필요성 알지만 예산·사료 확보해야…장기적으로 추진"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우리나라 7대 특·광역시 중 울산시에만 유일하게 독립운동 역사를 기념할 만한 공간이 없다.

울산에서는 보훈단체를 중심으로 기념관 건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남진석 광복회 울산지부장은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국의 특별시·광역시 중 항일 독립운동, 3·1 만세운동, 광복과 관련한 기념 공간이 없는 곳은 울산시가 유일하다"며 "지역 독립운동 역사를 한 곳에서 기념하고 연구할 만한 공간, 독립운동가들의 위패를 모실 공간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국가보훈부가 운영하는 '현충 시설 정보서비스'에서 울산을 제외한 전국 특·광역시에 조성된 독립운동 관련 기념 공간을 들여다봤다.

먼저 서울에는 역사 현장을 복원해 현장감을 살린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3·1 독립만세운동을 모태로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등 다양한 기념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1908년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일제강점기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가가 투옥됐던 역사의 현장이다.

감옥 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옥사, 지하감옥, 사형장 등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 방문객들이 독립운동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역사관 옆에는 옛 독립협회 사무실이자 독립운동의 기지로 사용됐던 건물을 고증에 따라 복원한 독립관이 위치해, 순국선열 위패 봉안과 전시실, 유물보관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독립관 북서쪽으로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관련 사료를 종합 전시한 기념관이 인접해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은 지난해 연면적 9천703㎡, 지상 4층·지하 3층 규모로 문을 열었고, 3개 상설전시실과 1개 특별전시실, 유물관리실·보존과학실, 전시운영·연구교육과를 갖춰 임시정부 관련 사료 전시·연구·발굴에 힘쓰고 있다.

국채보상운동 발상지로 알려진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 기념관·기념공원, 조양회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 국채보상운동 기념관은 역사 전시실과 영상 자료실, 학예실 등을 갖추고 국채보상운동 관련 사료와 영상물, 도표 등을 전시·연구하고 있다.

조양회관은 1992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서상일 선생의 주도로 세워진 교육회관으로, 대구 민중계몽운동 진원지 역할을 해왔던 곳이다.

현재는 대구 지역 광복회 사무실이 들어서 있으며, 항일독립운동 전시실이 조성돼 지역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에도 유물 전시실과 위패 봉안소를 갖춘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광복기념관'이 있다.

부산 서구 중앙공원에 자리한 광복기념관은 지하에는 홍보관이, 1층에는 광복회 사무실이, 2층에는 전시관과 위패봉안소가 마련돼 있다.

전시관에는 부산항 개항부터 광복까지 일제의 침략상과 지역 독립운동 관련 유물이 주제별로 전시돼 있고, 위패봉안소에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468위 위패를 모시고 매월 1일 참배 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인천에는 지역에서 일어난 3·1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황어장터 3·1 만세운동 기념관'은 1919년 3월 24일 장날을 이용해 600여 명의 주민이 독립 만세를 외친 '황어장터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2004년 조성됐다.

기념탑과 광장이 함께 들어선 기념관에서는 황어장터 만세운동뿐 아니라 인천 지역 전체의 만세운동 역사, 애국지사들이 당한 수난을 담은 자료를 자세히 전시하고 있다.

광주에도 1929년 11월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에 확산한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사료를 보관·전시하는 기념관이 기념공원, 탑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기념관 1층에는 당시 희생자들을 기리는 참배실과 동지회·후손회 사무실이, 2층에는 학생독립운동 배경·전개 과정을 살피는 전시실과 영상실이 조성됐다.

기념관 왼쪽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상징하는 횃불을 형상화한 39m 높이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대전에는 지역 독립운동 역사를 기리는 별도의 시설이나 사업은 없지만, 약 3천310㎡ 규모 국립현충원이 지역 내 자리 잡고 있다.

대전 국립현충원에는 독립운동을 위해 일제에 항거한 독립유공자 묘역이 별도로 조성돼 시민 누구나 참배할 수 있다.

최근 울산과 인접한 경남 양산시에도 지역 독립운동사와 해방 전후 지역 근대사를 조명하는 역사 공간이 문을 열었다.

올해 제78주년 광복절에 맞춰 개관한 양산시립 독립기념관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역사 체험실과 자료실, 다목적 강당 등을 갖추고 다양한 유품과 서적을 전시해 지역 독립운동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가까운 기초자치단체인 양산에도 시립 기념관이 들어섰는데, 울산시는 여전히 지역 독립운동가들이 각 구·군에 흩어져 있어 시민들이 지역 독립운동 역사를 함께 기념·전수할 공간이 없는 실정이다.

2021년 남구 달동문화공원에 울산 출신 독립유공자 102명 이름을 새긴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세워졌지만, 독립운동가 위패를 모시거나 사료를 체계적으로 연구·관리할 공간은 여전히 미비하다.

울산시 관계자는 "독립운동 기념관이나 광복회관 등 관련 시설을 건립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관련 사업이 진전된 상황은 없다"며 "기념관에 전시할 만한 사료나 필요한 예산 등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건립을 추진하는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각 구·군에서 지역 독립운동사를 발굴하는 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결과가 나오면 시 차원에서도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라며 "내년에 당장 예산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광복회와 지속해 소통하면서 조금씩 추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 동구는 지역 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독립운동가 전수조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용역을 진행 중이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