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5-16 08:30:01
사슴돌과 고분 벽화에 깃든 흔적…전호태 교수의 '옻칠 역사화'
6월 2일까지 경주 수오재서 개인전…역사·유물 아우른 그림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25년 10월 선사 미술 전문가인 전호태 울산대 명예교수는 유목 제국의 옛 자취를 보기 위해 몽골을 찾았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땅에서 그가 마주한 건 '사슴돌'.
사슴돌은 사슴 모양이 많이 새겨진 바위로 시베리아와 몽골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몽골에서는 '그림 비석', '사슴 그림 비석'으로도 불렀다.
문자가 없던 시기 고대 유목민의 생활사와 사상·이념·신앙·예술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로 평가받는다.
전 교수는 허허벌판 한가운데에 서 있거나, 엎어지고 조각난 사슴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슴들은 땅과 하늘 사이를 오가던 존재가 아닐까.
그는 초원과 산기슭에서 마주한 다양한 사슴돌을 화폭에 담았다.
경북 경주시 수오재에서 열리고 있는 '흔적 - 옻칠, 시간을 그리다' 전시는 아득한 옛 시간이 깃든 사슴돌과 고분 벽화를 옻칠화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소개한다.
유라시아 유목 지대를 호령한 스키타이의 황금 유물이 반영된 '황금뿔 사슴과 사슴돌', 얕은 개울에 놓인 사슴돌을 표현한 '백로와 사슴돌' 등이 전시된다.
배고픈 늑대가 바위산에 새겨진 사슴을 보며 울부짖는 장면은 눈길을 끈다.
40년 가까이 바위그림 즉, 암각화를 연구해 온 학자인 그는 작품을 소개하는 설명에서도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더한다.
"새김 형상과 배치, 새긴 기법으로 보아 바위에 처음 새겨진 건 거대한 큰 뿔 사슴인 것 같다."('늑대와 사슴 암각화' 작품 설명 중)
전시에서는 '낙원'을 주제로 한 다른 작품도 소개한다.
나무판에 옻칠로 작업한 '고구려 광개토왕의 일생'은 광개토왕(재위 391∼41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 글과 고분 벽화 속 인물상을 조합했다.
푸른 강을 가운데 두고 동쪽에는 얼음과 바위산을, 서쪽에는 꽃밭을 묘사한 '이승과 저승', 무릉도원을 생각하며 작업한 '낙원' 등이 전시장에 걸렸다.
이번 전시는 전 교수가 선보이는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2025년 은퇴한 그는 역사와 설화, 신화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옻칠 역사화'를 선보이며 역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전시는 6월 2일까지.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