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희
| 2026-04-02 08:04:01
자연과의 교감이 낳은 아름다운 순간…양조위 '침묵의 친구'
은행나무로 묶인 3인 3색 이야기…주연 양조위 2∼4일 내한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이 들이닥친 2020년 독일의 한 대학 캠퍼스는 조용하다. 강의실에서는 수업을 듣고 강의실 밖에서는 수다를 떨던 학생들은 온데간데없다.
신경과학자 웡 교수(량차오웨이 분)는 텅 빈 캠퍼스에서 지내고 있다. 대학을 관리하는 경비원이 식사할 때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지만, 그와의 대화는 없다. 고독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웡 교수는 대학 식물원을 지키는 은행나무를 발견하고 특별한 실험을 시작한다.
량차오웨이(양조위) 주연의 영화 '침묵의 친구'는 1832년산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세 연대기를 펼쳐놓는 작품이다.
2020년 웡 교수와 1908년 대학 최초의 여학생 그레테(루나 베들러), 1972년 대학생 하네스(엔조 브룸) 세 명이 그 주인공이다. 그레테가 최초의 여학생으로서 겪어야 했던 차별, 저항 정신이 캠퍼스에 가득한 가운데 가슴 설레는 하네스의 첫사랑, 나무를 상대로 한 웡 교수의 실험 등의 이야기들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헝가리 출신의 일디코 에네디 감독은 시대별로 다른 화면을 연출해 각 이야기의 개성을 선명하게 했다. 그레테의 시간은 흑백 필름으로, 하네스의 시간은 다소 불명확한 색감의 16㎜ 컬러 필름으로, 웡 교수의 시간은 디지털로 각각 촬영했다. 다양한 이야기만큼 다채로운 화면이 눈길을 끈다.
세 인물의 이야기를 묶어주는 건 은행나무다. 1832년부터 뿌리를 내린 큰 나무는 세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영화는 나무의 시점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나무 내부를 자세히 비추는 장면으로 그 존재감을 담는다. 언제나 조용한 듯한 나무에 소리를 부여한 섬세한 연출은 자연을 향한 관객의 새로운 감각을 열어젖힌다.
세 인물이 자연과의 교감에 나선다는 점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연결하는 지점이다. 그레테와 하네스, 웡 교수는 고독한 가운데 자연과 소통하려고 시도한다. 이는 다른 사람과의 교감으로 확장되면서 영화의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결말에서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 과정의 결과물이다.
주연 량차오웨이는 은은하면서도 확실한 존재감으로 화면을 채운다. 그는 신경과학과 식물을 공부하며 첫 유럽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량차오웨이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2∼4일 내한해 관객과의 대화(GV)와 무대인사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에네디 감독도 함께 방한한다.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신인여우상(루나 베들러)을 받았다.
15일 개봉. 147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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