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선
| 2024-01-19 06:00:07
회현동 동래정씨·정동 여주이씨…서울시, 한양 명문가 보고서
서울역사박물관, 주요 가문 거주문화 밝힌 '한양 세거지' 발간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최병구)은 조선 시대 한양의 거주지 실태를 연구한 '한양의 세거지(世居地)-서울기획연구 11'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 후기 한양의 인구는 약 19만 명으로 신분별·직업별로 모여 사는 경향이 있었다. 한 지역에 대대로 거주한 사례도 많았다.
한양을 동·서·남·북·중 5개 지역으로 나눠 보면 동촌에 반인(伴人)과 무관이, 서촌에 하급 관리가, 남촌과 북촌에는 각각 남인과 소론·소북, 양반과 종친이, 중촌에는 중인과 시전 상인이 주로 살았다.
양반의 경우 서울 곳곳에 세대를 거듭해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 거주 지역명이 본관의 별칭처럼 불리기도 했다. 한곳에 오래 거주하다 보니 집안의 고유한 문화가 지역성으로 자리 잡은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조선 500년간 회현동에 대대로 살았던 동래정씨(東萊鄭氏)는 회현동의 이름을 따 회동정씨(會洞鄭氏)로 불렸다. 이들은 조선 개국 이래 회현동에서 지내면서 한양 조망이 가능한 쌍회정, 재산루, 홍엽정 등을 조성했고 인근 남산 경관 형성에도 큰 역할을 했다.
조선 후기에 사대문 가문은 당파에 따라 거주지가 달랐는데, 소론은 회동 동래정씨를 중심으로 남산 밑에 자리 잡았고 풍산홍씨와 조씨, 전주이씨, 경주이씨, 대구서씨 등은 남산 자락에 소론 명문가의 집단 거주지를 형성했다.
한양의 동촌에 터전을 이룬 연안이씨(延安李氏)는 관동이씨(館洞李氏)로 불렸고 이 집안은 '관동파'라는 조선 중기 문인 모임을 주도했다.
정동이씨(貞洞李氏)는 정동에서 거주한 여주이씨(驪州李氏)를 일컫는다. 대표적 실학자 이익이 배출됐다.
인왕산 근처 장동에 자리 잡아 장동김씨(壯洞金氏)라 불린 청풍계 안동김씨(安東金氏)도 있다. 장동김씨는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에서 순절한 김상용과 남한산성에서 항전하며 척화를 주장한 김상헌의 후손들로 장동 일대에서 고유한 문화를 형성했다.
이번 연구에는 안대회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책임으로 이종묵 서울대 교수와 오세현·김세호 경상대 교수, 김하라 연세대 교수가 참여했다.
보고서는 서울시청 지하 1층 서울책방 매장 또는 누리집(https://store.seoul.go.kr), 서울역사박물관 내 뮤지엄 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1만5천원이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조선시대 한양 명문가의 거주 실태를 연구한 결과 본관을 떠나 지역명을 성씨 앞에 붙여 통용하는 경우 등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됐다"며 "서울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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