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탱하는 건 마음"…피노키오로 인간을 그린 짐 다인

"피노키오, 온갖 시련·역경 딛고 성장해 진짜 인간이 되는 이야기"
드로잉·조각·시 등 선보여…피비갤러리서 '나의 말과 피노키오'展

박의래

| 2026-05-29 08:16:27

▲ 짐 다인 작 '라이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 전시된 짐 다인의 피노키오 조각 '라이어'. 2026.5.29. laecorp@yna.co.kr
▲ 짐 다인 작가 짐 다인 작가가 28일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피비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짐 다인 작 '어린 피노키오 5' [피비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짐 다인의 피노키오 시 드로잉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짐 다인 작가가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 내 벽면에 작업한 시 드로잉 작품.2026.5.29. laecorp@yna.co.kr
▲ 짐 다인의 시 드로잉 작품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짐 다인 작가가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 내 벽면에 작업한 시 드로잉 작품들. 2026.5.29. laecorp@yna.co.kr
▲ 짐 다인 작가 짐 다인 작가가 28일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피비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부산 센텀시티에 피노키오 조형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 경남정보대 센텀산학캠퍼스 앞 광장에 높이 9m 무게 55t의 피노키오 조형물이 설치됐다. 이 작품은 미국의 세계적인 거장 미술가인 짐 다인이 제작한 것이다. '희망으로 나아가는 소년(Boy With a Hope, Walking Forward)'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젊은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부산지역 문화를 한 단계 높인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나를 지탱하는 건 마음"…피노키오로 인간을 그린 짐 다인

"피노키오, 온갖 시련·역경 딛고 성장해 진짜 인간이 되는 이야기"

드로잉·조각·시 등 선보여…피비갤러리서 '나의 말과 피노키오'展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저는 피노키오가 인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탈리아 서민, 한 개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피노키오를 그리고 조각해온 미국 팝아트 거장 짐 다인(91)의 개인전 '나의 말과 피노키오'(My words & Pinocchio)가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피노키오를 주제로 한 신작과 조각, 시 드로잉 등 12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서울을 찾은 작가는 "어린 시절에 접한 피노키오는 다리가 잘리고 코가 커지는 무서운 이야기였다"며 "하지만 나중에 보니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대 말 뉴욕으로 이주해 행위예술로 주목받았다. 1960년대에는 공구와 같은 일상 사물을 소재로 작업하며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과 함께 팝아트 작가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70년대 중반부터 전통적인 드로잉 작업에 전념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하나의 예술적 모티프를 오랫동안 탐구하며 작품으로 확장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1960년대부터는 실내용 가운을, 1970년대부터는 '하트', 1990년대부터는 '피노키오' 연작을 이어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설치된 높이 9m 규모의 피노키오 조형물도 그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는 높이 180.4㎝의 피노키오 조각이 출품됐다. 피노키오 조각은 전시장 중앙에서 두 팔을 벌린 채 관람객을 맞이한다.

벽면에는 피노키오 드로잉 신작 8점이 걸렸다. 작품 속 피노키오는 화덕에 다리가 타버린 원작처럼 다리가 잘려져 있거나 수정의 흔적으로 얼굴이 뭉개져 있다.

온전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붓질을 통해 변화하고 완전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월트디즈니의 피노키오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피노키오는 온갖 시련과 역경을 겪고 성장하는 누군가의 삶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시장 벽에 직접 목탄으로 쓴 '시 드로잉'도 눈길을 끈다.

시인이기도 한 작가는 '피노키오'라는 제목의 시에서 '그의 불쌍하게 타버린 발, 그의 잘못된 판단. 그의 허영심, 커다란 코, 당나귀 귀, 이 모든 것이 그를 이룬다. 결국,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은 그의 위대한 마음이다. 나는 여섯 살 때부터 그를 내 등에 업고 다녔다'고 적었다.

거짓과 허영, 잘못된 판단으로 얼룩진 피노키오를 통해 인간 내면을 비추며 결함을 짊어진 듯한 삶 속에서도 결국 그 안의 '마음'이 자신을 붙들고 지탱하는 근원임을 드러내는 시다.

벽 그림과 함께 '시 드로잉' 작품들도 선보였다. 종이에 문장을 적었다 지우고 덧쓴 뒤 종이를 찢어 붙이고 재배열한다. 이때 문장들은 의미 있는 '시'라기보단 이미지로 작동해 그림이 된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난독증을 앓아 글자가 거꾸로 보였다"며 "소설을 끝까지 읽은 적은 거의 없지만 대신 시를 읽었다. 나에게 글과 이미지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아흔이 넘은 고령에도 작가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피노키오를 처음 그렸을 때보다 지금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다음에 그리면 더 나아질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나은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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