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현·김기창·박생광, 세 거장이 일군 한국 채색화 정점

박래현 '기도'·김기창 '농악'·박생광 '무당' 한 자리
가나아트센터 기획전, 한국 현대 채색화 조형적 성취 조망

박의래

| 2026-06-05 08:17:41

▲ '한국 현대 채색화의 정점' 전시 전경 [가나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박래현 작 기도 [가나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기창 작 '농악' [가나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박생광 작 '무당' [가나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래현·김기창·박생광, 세 거장이 일군 한국 채색화 정점

박래현 '기도'·김기창 '농악'·박생광 '무당' 한 자리

가나아트센터 기획전, 한국 현대 채색화 조형적 성취 조망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우향 박래현(1920∼1976)과 운보 김기창(1913∼2001), 내고 박생광(1904∼1985)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세 작가를 통해 채색화 흐름을 조망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한국 현대 채색화의 정점'은 세 작가의 회화 30여 점을 통해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채색화가 이룬 조형적 성취를 되짚는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국화의 지평을 확장해 왔다.

전시는 작가별로 구성됐다.

한국 근대 화단의 대표적 여성 화가인 박래현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유학하며 그림을 배웠다. 하지만 해방 후 일본화의 양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모색했다.

서구의 모더니즘을 수용한 새로운 동양화풍을 선보이며 1956년 '제8회 대한미협전'과 '제5회 대한민국미술전'에서 연이어 대통령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1960년대에는 추상화 물결이 일자 남편인 김기창과 함께 동양화의 추상을 이끌었고,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방문을 계기로 뉴욕에 정착한 뒤 판화와 태피스트리로 영역을 확장했다.

전시에서는 박래현이 구상에서 추상 미술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남긴 기념비적 걸작 '기도'(1959)를 만날 수 있다.

서양의 입체주의적 표현 위에 스며들고 번지는 동양의 채색 기법을 절묘하게 얹었다. 화면 속 여성들이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거나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행위를 통해 전쟁의 상흔과 삶의 고단함을 절대자에게서 구원받고자 했던 시대적 염원이 담겨있다.

한국화 거장 김기창은 어릴 때 고열로 청각신경을 잃은 후 김은호에게 사사해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일본의 신감각주의 화풍에 영향을 받아 정확한 필선과 색채로 사실주의적 작업을 하며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해방 이후에는 일본화적인 요소를 버리고 직관적이며 강렬한 붓놀림으로 격정적인 화면을 구축했다. 여기에 투박하고 육중한 형태감으로 추상 세계를 펼쳐 보이기도 하며 구상과 추상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로운 작업을 했다.

1980년 작 '농악'은 장구와 징, 꽹과리를 든 사람들의 신명 난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해 그의 후기 예술 세계를 대변하는 핵심 키워드인 '생명력'을 폭발시킨 걸작이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김기창에게 농악은 음악이 아닌 농민들의 격정적인 몸동작이었다. 화면 속 사물의 소리가 귓가를 때리는 느낌이 들도록 청각적 신명을 시각적 쾌감으로 전환했다.

박생광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일본화를 공부했다. 그는 조선미술전람회, 신미술인협회전 등에서 여러 차례 입선했고, 광복 후 고향 진주로 돌아가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오방색을 중심으로 무속, 불교, 민속 등 한국적 소재를 재해석하며 강렬한 화풍을 확립했다. 단청의 안료를 사용해 색채를 진하게 표현하며,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그렸다.

1981년 박생광은 황해도 출신의 만신 김금화가 신딸에게 하는 신내림 굿을 사흘 밤낮 지켜봤다. 그러고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무속 신앙을 가장 전위적이고 강렬한 시각 언어로 격상시킨 불후의 명작 '무당'을 그려냈다.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강렬한 청색 배경에 무당의 붉은 옷, 황색 부채는 주술적이고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작품은 1985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르 살롱' 특별전에 초대됐고, 전시 공식 포스터로 사용되며 파리 전역에 걸렸다.

가나아트는 "현대 한국 채색화는 사실상 이 세 작가에 의해 시작되고 발전됐으며 최고점에 도달했다"며 "이들의 시대는 한국 현대 채색화의 찬란한 정점이었으며 이번 전시는 한국 채색화의 위대한 귀결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