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전쟁·주차난·줄서기…수십만명 찾는 미술관 인기 전시

호암미술관 김환기전 주말 2천500명 찾아…국립현대미술관 '게임사회'전 학생 인기

황희경

| 2023-06-25 08:05:00

▲ 이건희컬렉션 현장예매 대기줄 지난해 8월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을 찾은 시민들이 현장예매를 위해 줄을 선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 리움미술관 예약페이지 모습. 6월23일 이후 예매가 가능한 7월6일까지 모든 관람 시간대가 모두 매진이다.[리움미술관 예약페이지 캡처]
▲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 김환기전 전시장의 지난달 21일 모습. [호암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 지난 2월24일 서울 한남동의 리움미술관에서 대규모 도자기 전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시장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게임사회'전에서 전시작을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 모습[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약전쟁·주차난·줄서기…수십만명 찾는 미술관 인기 전시

호암미술관 김환기전 주말 2천500명 찾아…국립현대미술관 '게임사회'전 학생 인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올해 상반기 미술관의 대형 전시에 수십만명의 관객이 몰리는 등 미술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5일 미술계에 따르면 상반기 화제 전시 중 하나인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에는 지난 1월 31일 개막 이후 최근까지 약 21만명이 방문했다.

이 전시는 관람 희망일 2주 전부터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지만 폐막(7월 16일)을 3주가량 앞둔 지금도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여전하다.

이 전시는 카텔란이 동시대 미술에서 논쟁적인 '핫'한 작가인 데다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점, 관람료가 무료라는 점 등이 겹쳐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연예인 등 이른바 '셀럽'의 관람 '인증사진'도 줄을 이었다.

역시 리움미술관에서 올해 2월 28일부터 3개월간 무료로 진행된 '조선백자'전에도 10만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조선백자 중 절반을 한자리에 모은 이 전시도 역시 '예약 전쟁'이 벌어지며 상반기 인기 전시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 4월2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작된 에드워드 호퍼 전시는 이달 22일까지 약 18만8천여명이 관람했다. 유료 관람인 이 전시는 개막 이후 두 달여가 지난 지금도 티켓 판매 온라인 사이트에서 전시 분야 예매 1위에 올라 있다.

최근 인기 전시로는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이 재개관전으로 열고 있는 김환기전이 꼽힌다. 지난달 18일 개막한 김환기전은 한 달여 만에 4만5천명이 관람했다. 수치상으로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미술관이 용인에 있어 서울 한복판에 있는 리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유료 전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숫자다.

호암미술관에 따르면 평일 1천500여명, 주말에는 2천500명에서 많을 때는 3천명까지 전시장을 찾고 있다. 직전 전시인 '야금'전 경우 평일에는 500여명, 주말 700여명 정도가 관람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관람객이 증가한 셈이다.

재개관 이전에는 호암미술관의 정원인 희원에 왔다가 전시를 둘러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90% 이상이 미술관 전시를 보러 방문했다가 희원에도 가는 식이라고 미술관은 전했다.

대중교통으로 가기 쉽지 않은 미술관 특성상 자가용 차로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주차하려면 한참 대기해야 한다. 미술관 측은 인근 에버랜드와 주차 공간 확충을 논의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핫 전시'는 지난달 12일 서울관에서 시작된 '게임사회'전이다. 게임을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 전시에는 한 달여 만에 15만명이 방문했다. 특히 이 전시는 단체 관람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 달여간 단체 관람한 학생들은 6천여명에 이른다. 단체 관람 1팀당 평균 30명 정도라고 하면 200팀이 찾은 셈이다. 전시장을 오락실처럼 구성하고 실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꾸며놓아 체험을 위해 길게 줄이 생기기도 한다.

미술 전시의 인기 요인은 복합적이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 인기에 한국 최고 부자가 수집한 미술품에 대한 '호기심'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면 김환기전 인기는 전시기획의 힘이 컸다.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일명 '우주' 등 고가 작품이 나온 것도 인기에 영향을 끼쳤지만 쉽게 보기 힘든 초기작 등 다양한 작품을 한데 모으고 관련 자료까지 소개해 점화 중심으로 알려졌던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기회라는 점에서 관객 반응이 좋다.

소셜미디어(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사진찍기 좋은 전시장 분위기도 젊은 층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과거 미술관에서는 촬영을 제한하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사진 찍기를 독려하기도 한다"면서 "엄숙한 분위기였던 미술관의 문턱이 낮아지고 특히 현대미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도 관람객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술 분야가 다른 문화 장르보다 콘텐츠 소비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한 사립 미술관 관계자는 "두 사람이 콘서트를 관람할 때 드는 비용과 미술관 관람 비용을 생각하면 미술관 쪽이 훨씬 부담이 적다"면서 "아직까지는 미술 전시로 돈을 벌려는 부분보다 공익적인 측면이 더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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