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은…전수일 감독의 '마지막 필름'

부산 영도 무대로 12번째 작품…주인공 통해 내면 성찰

양정우

| 2022-12-17 08:00:03

▲ 영화 '라스트 필름' [씨네소파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 영화 '라스트 필름'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지난 15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라스트 필름'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주인공으로나선 배우 장현성과 전수일 감독이 질의응답에 참여하고 있다. 2022.12.16 eddie@yna.co.kr (끝)
▲ 영화 '라스트 필름' [씨네소파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영화에서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은…전수일 감독의 '마지막 필름'

부산 영도 무대로 12번째 작품…주인공 통해 내면 성찰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연극영화학과 교수이자 영화감독인 상민은 빚쟁이에 쫓기며 사는 처량한 신세다. 어느 날 그 앞에 자신을 영화로 찍으면 빚을 모두 갚아주겠다는 사채업자 만복이 나타난다.

상민과 만복은 동행에 나서고 꿈과 현실을 오가듯 다양한 일을 겪는다. 상민은 만복의 일상을 마치 카메라에 담아가는 듯하지만, 그 과정은 자신의 내면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일에 더 가깝다.

영화 '라스트 필름'은 부산을 무대로 활동해온 전수일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작이다.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온 그는 영화감독으로서 보낸 지난 25년을 극 중 자신의 분신 같은 상민을 통해 성찰한다.

전 감독은 작품 속 내레이션으로 고민을 직접 드러내기도 한다.

"그땐 말이야, 영화 이미지들이 어떤 형태로든 내 일부분인 것처럼 믿었는데, 지금은 뭔가 진짜 같지 않은 것 같고, 모든 게 거짓투성이 같은 생각이 들어. 난 목적도 없이 영화에 대한 강박관념으로만 살아온 거 같아."(영화 속 내레이션 중)

작품 배경은 부산 영도다. 작지만 따뜻한 항구, 푸른 바다, 녹슨 배의 벗겨진 페인트 등의 풍경은 소소하지만 아름답다. 영도는 극 중에서 상민을 품어주는 공간이자, 전 감독이 관객에게 드러내고 싶은 미장센이 된다.

전 감독은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영화를 오랫동안 해 왔는데, 영화에서 (내가) 정말 무엇을 찾고자 했던 것인지 의문을 던지며 이번 작품을 시작했다"면서 "영화는 나 자신을 투영해보는 이미지의 집합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립영화이지만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마지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저를 돌아보는 영화를 경쾌하게 풀어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상민 역은 베테랑 배우 장현성이 맡았다. 그는 전 감독의 2005년 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다.

장현성은 '라스트 필름'이 보통의 영화처럼 스토리 중심의 전개를 따르지 않는 탓에 관객이 다가서기에 "불친절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자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여러분이 그런 생각에 동의한다면 이런 영화도 굉장히 특이하고 재미있는, 다른 방식으로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장현성은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을 언급하며 '라스트 필름'에 등장하는 자신의 '수중 신(scene)'을 그에 버금갈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영화에서는 상민이 어장 위에 서 있다가 바다로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수중에서 한참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상민 주변으로는 고등어 무리가 쉼 없이 지나간다.

"올겨울 '아바타2'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으로 떠올릴 법한, 수십만 마리의 고등어 사이에서 촬영한 수중 촬영 장면은 아주 재미가 있었어요. 관객 여러분에게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될 겁니다. (웃음)"

29일 개봉. 100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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