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사랑, 현실과 허구…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

김계연

| 2022-07-21 08:02:01

▲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술과 사랑, 현실과 허구…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개성 있는 형상의 해변 암석이 인상적인 스웨덴 포뢰섬은 '베리만 섬'으로도 불린다. 영화거장 잉마르 베리만(1918∼2007)이 이곳에 집을 짓고 살며 영화도 찍었기 때문이다.

작고 조용한 섬마을에 크리스(비키 크리프스 분)와 토니(팀 로스)가 짐을 푼다. 새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서다. 둘 다 영화감독이지만 사정은 조금 다르다. 토니는 그 작은 마을에서도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고 관객과 대화 자리도 갖는다. 항상 침착하며 감정의 동요도 거의 없다.

크리스는 두고 온 딸 걱정과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시나리오를 좀처럼 마무리하지 못한다. 크리스는 토니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하고 매사를 공유하고 싶다. 그러나 토니는 작업노트도 잘 보여주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베리만 퀴즈대회와 베리만 투어가 열리는 마을인데도 그곳 사람들은 스스로 베리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크리스는 마흔두 살에 영화를 스물다섯 편 만들었다는 베리만에게 이중적 감정을 느낀다. 여성이었다면 그런 다작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부인 여섯 명과 사이에 아이 아홉 명을 두고 돌보지는 않은 그의 사생활도 실망스럽다. 크리스는 베리만의 영화가 자신에게 상처만 안겨주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본다고 말한다.

크리스가 토니에게 들려주는 미완성 시나리오는 영화 속 또다른 영화가 된다. 시나리오의 등장인물인 옛 연인 에이미(미아 바시코프스카)와 조지프(앤더스 다니엘슨 리)는 포뢰섬에서 재회한다.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는 에이미에게 도피처이자 위안이다. 그는 다시 만난 조지프에게 끌리면서도 한편으론 힘들어 한다.

미아 한센-뢰베 감독은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연출한 '8월말 9월초'(1998)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지금은 올리비에 아사야스와 예술적 동지이자 연인 관계다. 영화는 미아 한센-뢰베 감독이 크리스에게, 크리스가 에이미에게 자신을 차례로 투영하며 연인 간 관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이야기한다.

영화를 구성하는 두 이야기의 여성 인물들이 거장 또는 연인에게 느끼는 감정과 그것을 해소·해결하는 방식, 액자 안팎을 넘나드는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서다. 미아 한센-뢰베 감독은 "영화 속 질문은 내가 항상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며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그저 영화 자체가 정답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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