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사라진다는 종말론적 상상…'썸머 필름을 타고!'

김계연

| 2022-06-30 08:00:03

▲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싸이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싸이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싸이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가 사라진다는 종말론적 상상…'썸머 필름을 타고!'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미래에는 오늘날 같은 영화가 사라진다. 영화는 5초를 넘기지 않으며 영화관도 없다. 미래 사람들은 남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다. 영화를 무엇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디스토피아다.

'썸머 필름을 타고!'는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언뜻 영화 동아리 고교생들을 주인공 삼은 청춘 학원물 같지만, 로맨스 대신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내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고교생 맨발(이토 마리카 분)은 사무라이 영화 광팬이다.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지만 로맨스 영화만 찍는 멤버들이 마뜩잖다. 영화란 모름지기 사랑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고도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에게는 사무라이 영화가 사랑 이야기이며, 결투가 고백이다.

맨발은 절친 킥보드(카와이 유미)·블루 하와이(이노리 기라라)와 함께 '무사의 청춘'을 찍으며 고교에서 마지막 여름을 보낼 준비를 한다. 사무라이 영화를 본 뒤 또 감흥에 젖어 좀처럼 상영관을 떠나지 못하는 맨발에게 의문의 남자 린타로(가네코 다이치)가 나타난다.

맨발은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영화를 찍는다. 린타로의 비밀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하나씩 풀린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린타로는 당연히 맨발의 미래는 물론 영화의 종말론적 미래도 알고 있다. 맨발과 친구들, 린타로가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은 영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미래를 위한 노력이 된다.

"영화는 말야, 스크린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이어준다고 생각해. 나도 내 영화를 통해 미래로 연결하고 싶어."

맨발은 학교 축제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결말을 재차 다듬으며 영화의 미래를 되살린다. 제목 '썸머 필름을 타고!'에는 영화가 타임머신처럼 시간을 초월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의 철학이 담겼다.

제법 진지한 메시지와 별개로 개성 있는 인물들의 엉뚱한 말과 행동이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특히 아이돌 그룹 노기자카46 출신인 이토 마리카가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7월 20일 개봉. 98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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