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정말 '가족 같은' 회사 맞습니까…영화 '굿 보스'

오보람

| 2022-01-30 08:00:05

▲ 영화 '굿 보스' [디스테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굿 보스' 속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굿 보스' 속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굿 보스' 속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장님, 정말 '가족 같은' 회사 맞습니까…영화 '굿 보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스페인 지방 도시에 있는 저울 공장 '블랑코 스케일'은 가족 같은 회사를 신조로 한다.

이곳의 사장이자 가장은 중년 남자 블랑코(하비에르 바르뎀 분). 자신이 만드는 저울처럼 공평함과 균형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누구에게는 임금을 100유로 올려주고, 누구에게는 50유로를 올려줄 바에 똑같이 안 올려주는 게 옳다는 식의 공정이긴 하지만.

블랑코가 이른바 꼰대라는 것은 당사자만 빼고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는 직원을 회사를 굴러가게 하는 소모품으로 여긴다. 젊은 여자 사원이나 인턴에게 수작을 걸고 내연 관계를 맺기도 한다.

그러나 블랑코 스케일이 우수기업상 후보에 오르게 되면서 블랑코는 정말로 '굿 보스'가 돼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공장을 방문할 심사위원들에게 회사가 얼마나 완벽하게 가동되는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블랑코는 잠시 본모습을 숨기고 우수기업상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까.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감독이 연출한 영화 '굿 보스'는 블랑코의 이런 분투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휘황찬란, 삐까뻔쩍한 겉모습과 달리 너절하기 짝이 없는 회사 안 모습을 풍자했다. 특히 입으로는 아버지를 자처하면서도, 직원을 필요할 때만 찾는 자식 취급하는 블랑코라는 캐릭터를 통해 세상의 모든 '베드 보스'를 저격한다.

블랑코 스케일을 업계에서 손꼽는 회사로 성장시킨 블랑코는 물론 좋은 경영자다. 그러나 결코 좋은 리더라고는 볼 수 없다. 회사에 피해가 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이라 해도 서슴없이 내치기 때문이다.

그는 최연장자 사원의 아들을 동원해 회사에서 잘린 후 시위하는 호세(오스카르 데 라 푸엔테)를 폭행하고 자동차를 불태운다. 창립 멤버의 아들이자 30년을 동료로 지낸 미랄레스(마놀로 솔로)가 이혼 위기를 겪으며 업무에 차질을 빚자, 심사위원들이 들이닥치기 직전 해고한다. 그 자리는 젊고 똑똑한 아랍계 사원으로 대체된다.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인턴 릴리아나(알무데나 아모르)를 전임자를 제치고 마케팅팀장에 앉히기까지 한다.

심사위원에 비친 블랑코 스케일은 이보다 더 완벽한 회사일 수 없다. 아들을 잃은 늙은 사원의 아픔을 함께하고, 사회적 약자인 아랍인을 책임자 자리에 앉혔다. 젊은 여성은 마케팅팀을 이끈다. 이들 임직원 모두가 손뼉을 치며 심사위원을 반기는 후반부 장면은 아이러니함의 끝을 느끼게 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 역을 소화했던 하비에르 바르뎀은 이 영화에서 다른 결로 관객을 미치게 할 듯하다. 과하지 않은 연기로 '은은한 꼰대' 역을 완벽에 가깝게 선보인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깔끔하게 정돈하고 철제 안경을 쓴 그가 "우리는 가족"이라고 연설하는 모습은 직장을 다니는 거의 모든 관객들에게 기시감을 선사할 것 같다.

2월 10일 개봉. 120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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